김정일 심경변화?

  • 입력 2004년 4월 29일 16시 10분


"중국을 방문한(19일~21일)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미국의 입장이 11월 대선이 끝나면 더 강경해 질까 우려 된다'고 중국 지도부측에 토로했다고 들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의 행정부 당국자는 28일 전화통화를 통해 "이 같은 이야기가 워싱턴 정가에 요즘 돌고 있다. 진위 여부와 그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대선이 끝날 때까지 북한이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대북 정책 변화를 모색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 행정부가 재선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는 그동안의 시각을 뒤집는 발언일수도 있다.

또 김 위원장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그 배경과 의미 그리고 추후 6자회담 등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첫 번째 가능성은 김 위원장의 심경 변화.

현 부시 행정부가 설령 재선에 실패,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미국의 대북 정책이 온건해질 리 없다는 김 위원장의 '불안감'을 반영하는 발언이 아니냐는 것.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발언의 진위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실제로 민주당 행정부가 출범해도 북한과의 협상 스타일만 바뀔 뿐 근본적 내용 등이 달라질 가능성은 희박한 것은 사실"이라며 "오히려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내야 한다는 압력을 민주당 행정부가 받아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확인했다.

미 행정부 당국자도 "케리 행정부가 들어서도 현 대북 정책을 지지하는 공화당이 의회를 계속 리드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따라서 미국의 대북 정책이 온건해 질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하지만 김 위원장이 이 같은 점을 염두, 보다 유연한 입장에서 대화에 임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상반된 분석도 가능하다. 김 위원장이 심경 변화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에게 은근한 부담을 줘 경제 원조 등을 얻어내려는 치밀한 계산 끝에 나온 발언이라는 것.

이미 상당한 양의 핵무기를 개발한 북한의 내심은 '급한 쪽은 중국 아니냐'는 것. 김 위원장의 방중 직전 중국을 들렀던 딕 체니 미 부통령이 북한 핵 무기가 어느 정도로 진척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를 제시한 뒤 중국 측에 "알아서 하라"고 중국 측에 통보한 것도 부담감을 가중시켰다는 후문이다. 2020년까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중국은 어떻게든 북한이 지하 핵 실험 등을 통해 협상 틀을 깨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 북한이 핵 협상을 깰 경우 대만 등이 핵 무장에 나설 것이고 이는 중국에게 커다란 부담이자 '망신'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둔 김 국방위원장은 '우리는 언제든 막 갈수 있다'는 심리를 내비추면서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경제 원조를 얻어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또 "북한은 50여 년간 중국과 러시아 등에 철저히 비밀로 한 채 자체적으로 핵무기 개발을 해, 중국이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력은 미비하다"며 "북한이 중국에 대해 고자세를 취해도 중국이 지정학적 이유 등으로 북한을 버리지 못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한다"고 밝혔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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