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지도체제 개편 논란

  • 입력 2004년 4월 22일 17시 53분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집단지도체제 도입 주장에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임에 따라 지도체제 개편 문제가 당 내 주요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3월 당 대표 경선에 참여했던 3선의 김문수(金文洙) 의원은 2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내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현재 운영되고 있는 대표 중심의 단일 지도체제를 집단 지도체제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다선의 실력자들이 당 외곽에서 떠돌며 당권 획득의 기회만 엿보게 만드는 구조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을 없애야 한다. 실력자들이 당의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체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3선의 이재오(李在五) 홍준표(洪準杓) 의원도 이날 기자들에게 집단지도체제로의 개편 필요성을 주장했다.

당 내에선 이들이 새 지도부 구성을 위한 6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박 대표의 독주에 제동을 걸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일단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지도체제 개편 논의를 해나간다는 원칙적인 방침을 밝혔다.

박 대표는 이날 인천 민생투어 도중 인천시당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또 "전당대회 준비위원회에서 여러 분들이 토론을 거쳐 많은 분들이 찬성을 하는 방식이라면 어떤 것도 상관없다. 당에 가장 좋은 방법이 도출된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의 이 같은 반응은 집단지도체제 도입에 찬성하는 김덕룡(金德龍) 의원 등 일부 당 중진들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박 대표의 당 개혁 방침에 적극 호응하고 있는 남경필(南景弼) 권영세(權寧世) 의원 등 소장파는 집단지도체제 도입에 일단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지도체제 개편을 둘러싼 세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관측은 집단지도체제 문제를 처음 꺼낸 이재오 홍준표 의원이 박 대표의 대권후보 경쟁자로 거론되는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과 가까운 점과도 무관치 않다.

권영세 의원은 "지금은 지도체제 등 당내 문제보다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 수렴을 위한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어쨌든 박 대표는 이날 처음 시작한 전국 민생투어를 5월까지 계속 하면서 다른 당권 경쟁자들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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