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정치활동 재개 논란…한나라 “자중해야”

  • 입력 2004년 4월 21일 18시 23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4·15총선 직후부터 열린우리당 핵심인사들과 잇따라 만나 정치현안에 대해 언급하는 등 활발한 정치행보를 보이자 한나라당이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이 6월 5일 실시될 부산시장 및 경남지사 보궐선거와 관련해 ‘전국정당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지자 한나라당은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 노 대통령 재신임 총선결과와 연계(P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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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정치행보 재개와 야당의 경계=노 대통령은 21일 정동영(鄭東泳) 의장과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 등 열린우리당 수뇌부 20명을 청와대로 불러 만찬을 함께하며 “입당하게 되면 책임 있는 당원으로 당의 업무에 참여할 것이며 당직 임명, 공천, 당권 결정 등 정파적 이해관계에는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이에 앞서 16일 김혁규(金爀珪) 대통령경제특보와 만나 지방자치단체장 보선과 관련해 “보선을 통하여 전국정당화를 완성해야 하고, 당내 경선 과정을 거쳐 국민적 관심이 일도록 해야 한다”며 최선을 다할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17일 김원기(金元基) 정치특별보좌역 등을 면담하면서 “이번 총선은 대통령 신임에 대한 국민의사를 묻는 선거로 봐야 한다”며 “총선 결과를 재신임으로 받아들인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이날 “노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는 자중하고 절대 오해 살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도 “노 대통령은 먼저 헌재 결정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헌재 결정이 어떻게 나든 한나라당엔 부담이며 당에 좋을 것은 없다. 그러나 정치적 결정은 안 되며 우리는 법치를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권내부 ‘시기상조’ 우려=당내에서도 “아직 탄핵 국면인데 너무 빨리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15일(정동영) 16일(김혁규) 17일(김원기 문희상 유인태) 19일(김근태) 20일(김한길) 21일(당 지도부 20명) 등 총선 당일부터 열린우리당 수뇌부와 연쇄 회동했다.

문제는 노 대통령이 6월 5일로 예정된 지방선거 재·보선이나 자신의 재신임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 외부로 흘러나오면서 정치적 논란을 빚고 있다는 점이다.

당의 우려는 상당히 심각하다. 노 대통령에 대해 드러내놓고 말할 순 없지만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리고 있다”는 비판여론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탄핵심판을 기다리고 있는 노 대통령이 외부로 노출되는 일이 많을수록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면서 헌재의 탄핵심판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21일로 예정됐던 노 대통령과 당 수뇌부 20명의 만찬 취소를 건의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오랫동안 갇혀 지내다가 사람들을 다시 만나다 보니 감정 제어가 안 되는 것 같다. 우리도 어떻게 말리기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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