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홍현익/대외협상 전략적 뒷받침을

  • 입력 2004년 4월 19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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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을 통해 정치 신인이 대거 당선돼 한국사회의 활력은 증진되겠지만 복잡한 국제문제들도 잘 처결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선거 과정에서 후보들이 정책 대결보다 국민감성에 대한 호소력 경쟁을 벌였기 때문에 그들의 국제적 비전과 경륜은 제대로 평가되지 못했다.

▼北核중-러 중재역할 끌어내야▼

한국이 세계 11위의 경제력을 가졌지만 안보·경제 대외의존도가 높은 데다 이웃 국가들이 모두 강대국이고 북한의 존재로 대외 취약성이 높아 국제문제를 잘 다루느냐가 한민족의 운명 전개에 관건이 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새 선량들은 당리당략을 넘어 대외정책이 국가전략에 입각해 수립·시행될 수 있도록 의정활동을 벌여야 한다. 국가전략이란 ‘국가가 주어진 여건하에 역량을 동원해 가장 효율적으로 국가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선량들은 우리의 상대적 국력과 동원 가능한 수단, 그리고 제반 국제 여건 등을 고려해 국익을 극대화하는 정책을 제시하고 감독해야 한다.

우리의 대외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부문은 역시 한미관계다. 북핵, 주한미군 재조정, 이라크 파병 같은 큰 현안들은 모두 미국과 관련된 사항이다. 더구나 미국은 이 시대 유일한 초강대국이고 우리의 유일한 군사동맹국이다. 따라서 미국과의 우호관계 유지·증진은 필수사항이며 우리는 미국의 힘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의 정책을 맹종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특히 미국이 평화·번영을 공유하기보다 자국의 국익만 일방주의적으로 추구하는 때는 더욱 그렇다. 북핵 문제만 하더라도 미국은 북한의 일방적인 양보가 없는 한 타협을 배제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한반도 전략이 변하지 않는 한 한미 우호 증진만으로는 핵문제 해결이 어렵다. 우리의 중재역할도 미국에 의해 제한받고 있다. 따라서 북한과 미국 모두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갖고 있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중국과 러시아의 중재 역할을 적극 도모해야 한다. 이는 한국의 지나친 해양 편중 외교를 시정하고 21세기 유라시아 시대를 준비하는 사업과 병행해야 한다.

아울러 국회는 정부의 북핵 불용 약속 이행을 감독하면서 개성공단 건설같이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사항은 적극 지원해 ‘더불어 번영하는 동북아 경제·문화 공동체’ 건설을 도와야 한다.

주한미군 재조정도 미군의 원격타격능력 제고로 가상 적국의 사거리 내에 자국군을 둘 필요가 줄었다는 점에 착안한 새로운 전략에 따라 추진되는 것이다. 또한 주한미군 감축이 이미 여러 차례 일방적으로 이뤄진 것처럼 이번에도 미군의 부분 감축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종전과 달리 이를 전향적으로 수용하고 국방의 공백을 적극 보전하면서 한미간 불평등관계를 시정하는 한편 북한과의 군사·안보 회담을 개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라크 파병은 법적 절차를 거쳐 결정된 사항이므로 미국과의 신뢰 유지를 위해 파병하되, 국민 및 미국과 약속한 평화와 재건 목적은 고수해야 한다. 즉 전투를 해야만 할 상황이라면 사정 변경의 원칙에 따라 철수도 가능하다고 여겨진다. 특히 6월 말 미군의 주권 이양 이후 쿠르드족의 독립 요구에 대해 시아파, 수니파, 터키, 이란 등이 이를 제지하려 할 때 엄정한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주한미군-파병 국익우선 접근을▼

또 다른 난제는 지역경제 통합이나 자유무역협정(FTA), 중국의 비약 등에 전향적으로 대처하는 일이다. 적극적인 사전 홍보 및 직업교육 병행, 피해의 단계적 완화 조치 등을 취하면서 세계 경제의 대세에 동참해야 한다.

끝으로 국회는 정부정책을 입법하고 감독하되 항상 정부의 대외협상력 제고를 염두에 두고 활동해 정부의 국가전략 수행을 돕고 국익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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