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비방-폭로전 위험수위]“숨겨둔 여자 있다”

  • 입력 2004년 4월 9일 00시 00분


선거운동이 종반전에 돌입하면서 상대후보에 대한 흑색선전과 비방 및 폭로전이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 개정 선거법이 엄격히 적용되고, 정당 및 합동연설회 폐지 등으로 후보자의 유권자 접촉기회가 크게 줄어들면서 폭로 비방전이 기승을 부리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비상이 걸렸다.

▽수위 높아지는 폭로전=인천지역 한나라당 A의원의 보좌관 B씨는 8일 양심선언을 통해 “16대 총선에 당선된 뒤 A의원이 선관위 실사를 무마하기 위해 선관위 직원 등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A의원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고도의 폭로전”이라고 비난하는 한편 당사자로 지목된 선관위 관계자는 “허무맹랑한 음해”라고 반발하며 B씨를 즉시 고발하기로 했다.

한나라당 경남도지부는 7일 모 지역에 출마한 C후보에 대해 “강남의 땅부자로 20억원대의 재산을 가진 C후보가 서민의 대변자임을 자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C후보는 “부동산 투기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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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 박세일(朴世逸) 공동 선대위원장에 대해 부동산 투기 및 탈세의혹을 제기했으나 박 위원장은 “집사람이 번 돈과 미국에 이민을 갔던 장인이 돌아가시는 바람에 재산을 정리해 귀국한 장모의 돈을 합쳐 조그만 빌딩을 샀고, 렌털(임대)사업 수익금으로 장모가 생활하고 있다”고 관련 증거를 제시하며 해명했다.

▽사생활 비방=서울에서 출마한 한 후보는 노인정을 방문해 “모 후보는 큰마누라와 이혼한 뒤 작은마누라와 재혼해 살면서 매일 두들겨 팬다”고 비난해 선관위가 수사기관에 이 후보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또 “숨겨 둔 여자가 있다” “부인을 때린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각 선거구에 나돌고 있어 해당 후보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한 흑색선전과 비방전도 급증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 ○○○으로부터 전수받은 것은 부정축재, 거짓말뿐인 파렴치한 인간”(전남 목포 K씨, 수사의뢰), “피가 더러운 인간백정 ○○○일가”(서울 K씨, 고발) 등 입에 담기 어려운 흑색선전이 나돌고 있다.

▽선관위 비상=올 1월 1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3개월 동안 비방 및 흑색선전으로 적발된 위법사례는 모두 12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후보등록을 마친 1일부터 7일 현재까지 7일 동안 적발된 비방 및 흑색선전이 무려 11건으로 3개월 동안 적발된 건수와 맞먹는 수치를 보였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7일 각 정당 대표에게 비방 및 흑색선전을 자제해 달라는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다. 또 인터넷상에 비방 및 흑색선전을 막기 위해 정보통신 자료제출 요구권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악의적인 비방 글을 올린 네티즌은 끝까지 색출해 고발할 방침이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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