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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7일 00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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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아들’이 어머니에게 회초리를 맞으며 자신의 잘못을 뼈아프게 뉘우친다. 이어 어머니의 안쓰러운 표정과 함께 ‘그래도 너만한 자식이 없다’는 자막이 흐르면서 마지막 장면에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등장한다.
박 대표는 눈물을 흘리며 “마지막으로 한나라당에 기회를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한다. 그리고 ‘국민이 어머니입니다’라는 자막과 함께 광고는 끝난다.
전체 1분 광고 중 눈물 장면은 10초 정도. 박 대표가 당의 과거를 사죄하면서 눈물 흘렸던 지난달 30일의 ‘눈물의 방송연설’ 일부를 따온 것이다.
이 방송광고가 나가기 직전 열린우리당의 방송광고가 MBC를 통해 방영됐다. 2일부터 방영되고 있는 이 방송광고는 지난달 12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될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국회 경위들에 의해 끌려 나가는 장면과 함께 환하게 미소 짓는 박 대표의 표정을 대비시켰다.
탄핵소추안 가결 당시의 기억을 되살려 ‘박풍’을 최대한 차단하려는 의도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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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의 광고에 등장하는 박 대표의 ‘미소’가 한나라당 방송광고에 박 대표의 ‘눈물’을 급히 삽입하는 계기가 됐다.
홍보팀 실무자들은 열린우리당의 방송광고를 본 다음날인 3일 “상대 당 대표의 얼굴을, 그것도 본회의 장면을 편집하면서까지 선거 전략의 수단으로 끼워 넣을 수 있느냐”며 “당시 박 대표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박근혜, 너마저…’라고 고함을 치는 바람에 멋쩍게 웃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홍보팀 관계자는 “선거 때마다 TV광고만 하면 매번 당해온 터라 여간 가슴 졸인 게 아니었는데 이번에는 제발 반응이 좋았으면…” 하고 기대를 나타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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