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代行정부’ 경제와 민생이 핵심이다

  • 입력 2004년 3월 14일 18시 27분


코멘트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자 많은 국민은 경제와 민생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 최근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와 그 구조적 악순환에 시달려왔다. 이런 와중에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됐으니 국민과 시장의 반응이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와 민간 경제주체들이 이 상황에 잘 대응하면 경제적 불안감을 단기간에 해소하고 시장을 보다 안정시킬 수 있다. 무디스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는 탄핵안 가결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종합금융그룹 베어스턴스는 고건 권한대행체제에 대해 “오히려 정책결정 과정의 탈(脫)정치화로 경제운용이 개선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실제로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보여준 위기대응 노력에 시장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특히 각국 투자기관에 e메일을 보내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한 것은 해외증권시장에서 한국 주식과 채권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른 만큼 정부는 조금이라도 경각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

기업과 노동계, 일반 국민도 평상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1970년대의 오일쇼크, 80년대의 정치불안, 90년대의 환란 등 더 어려운 위기도 극복했고 나아가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기회로 활용했다. 모든 경제주체들은 이번에야말로 한국 경제가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악재를 타개할 수 있을 만큼 성숙했음을 보여주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 경제위기의 핵심은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심화돼 온 투자 부진, 성장잠재력 저하, 일자리 없는 성장 등에 대한 대응이 표류하는 데 있다. 막연하게 탄핵정국을 불안해 할 것이 아니라 경제의 핵심과제를 푸는 데 정부와 국민의 저력을 결집해야 한다. 이를 위한 고 대행과 이 부총리의 안정적 리더십 발휘를 기대하며 국민 각계의 협력을 요망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