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중간수사결과]한나라 700억-盧캠프 36억

  • 입력 2004년 3월 8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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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이상 진행된 대선자금 수사에서 노무현 대선후보 캠프가 불법 모금한 대선자금은 최소 113억여원, 한나라당은 823억여원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사상 처음으로 본격 착수한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서 막바지에 노 캠프의 불법 자금 등을 추가로 밝혀내는 등 많은 성과를 남겼다. 하지만 불법 대선자금의 전모와 관련해 형평성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노 캠프의 대선자금=노 캠프가 삼성에서 불법 모금한 대선자금 30억원과 태광실업 돈 5억원 등이 추가로 밝혀졌다. 30억원대의 불법 대선자금이 노 캠프에 전달된 혐의가 포착된 것은 지난해 11월 검찰 수사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노 캠프의 불법 모금은 노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安熙正)씨가 주도하고 선거 공식기구에서는 열린우리당 이상수(李相洙·구속) 정대철(鄭大哲·구속) 의원과 이재정(李在禎·구속) 전 의원 등이 관여했다. 불법 자금 사용처 조사 결과 노 캠프측은 안씨가 2억원을 유용한 혐의 외에 다른 당직자의 비리는 드러나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대선자금=한나라당의 불법 자금은 800억원을 넘는 규모나 ‘차떼기’ 등 수법에서 노 캠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불법 모금 경로가 ‘안희정-이상수’로 이원화돼 있었던 노 후보 캠프와 달리 한나라당은 선대위 주변 인물을 주축으로 이뤄진 일원화된 구조였다. 20억원 이상 거액 불법 자금을 낸 기업의 모금 창구는 주로 서정우(徐廷友·구속) 변호사가 맡았다.

한나라당은 모금한 불법 대선자금의 규모가 큰 만큼 유용된 자금도 많았다. 서 변호사가 삼성에서 받은 채권 8억원을 보관하고 있다가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에게 3억원을 전달한 정황이 포착됐으며 김영일 의원은 보관 중이던 삼성 채권 10억원을 지난해 12월 현금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재현(李載賢·구속) 전 재정국장도 삼성 채권 6억원을 현금으로 바꾼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한나라당이 대선자금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한 580억원 가운데서도 유용된 자금이 더 있는지를 수사할 방침이어서 유용액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수사의 경과와 의미=대선자금 수사의 발단은 지난해 2월 시작된 SK비자금 수사였다. 검찰은 이후 최도술(崔導術·구속) 전 대통령총무비서관과 한나라당 최돈웅(崔燉雄·구속) 의원을 소환하면서 대선자금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현역 의원 7명을 포함해 정치인 14명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검찰발(發) 정계개편’이라는 말도 나왔다.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까지 조사대상으로 해 정경(政經)유착의 고질적 폐해를 파헤친 이번 수사가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확보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새로운 정치시스템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커짐에 따라 ‘정계개편’ 수준을 뛰어넘어 ‘정치개혁’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아직도 밝혀내야 할 것이 많은데 총선 일정 때문에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드는 것은 아쉬운 대목. 그러나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야당에 불리한 수사 결과가 나오는 바람에 ‘수사의 의도와 결과’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은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불법 대선자금 수사 일지▼

▽2003년

9월 4일 SK비자금 수사 및 불법 대선자금 본격 내사 착수

10월 15일 최도술 전 대통령총무비서관 구속

10월 30일 이재현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 구속

11월 18일 LG홈쇼핑 압수수색, 박삼구 금호 회장 소환

11월 24일 삼성전기, 동양전자공업 압수수색

11월 27일 현대캐피탈 본사 압수수색

12월 5일 롯데그룹, 롯데건설 압수수색

12월 9일 서정우 변호사 구속

12월 14일 안희정씨 구속

12월 15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검찰 자진 출두

▽2004년

1월 6일 한화그룹 구조조정본부 압수수색

1월 9일 손길승 SK 회장 구속

1월 10일 열린우리당 정대철 의원, 민주당 박주선 이훈평 의원, 한나라당 박명환 박주천 김영일 의원 구속

1월 12일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 구속

1월 28일 열린우리당 이상수, 한나라당 서청원 의원, 열린우리당 이재정 전 의원 구속

1월 29일 한나라당 신경식 의원 구속

2월 18일 검찰 “한나라당 이적의원 11명, 1인당 2억원 안팎 이적료 수수” 발표

2월 24일 열린우리당 신계륜 의원 소환

2월 25일 검찰 “한나라당 불법 자금 410억원, 노 캠프 42억원 지구당 등 지원” 발표

2월 26일 이학수 삼성 부회장 소환

2월 27일 자민련 이인제 의원 체포영장 청구

3월 1일 열린우리당 김원기 상임고문 소환

3월 7일 여택수 대통령제1부속실 행정관 구속영장 재청구

3월 8일 중간 수사 결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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