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공천갈등 폭발]“토론면접 빙자해 밀실 私薦하나”

  • 입력 2004년 2월 2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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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內燃)하던 한나라당 공천 갈등이 마침내 폭발했다.

김무성(金武星·부산 남구) 의원은 2일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최근 공천 난맥상을 거론하며 최병렬(崔秉烈)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당 공천심사위원회가 지난달 30일 면접 토론만으로 부산 3개 선거구(수영, 연제, 부산진을)에서 포럼 ‘한국의 길’ 소속 정치신인 3명을 공천 후보자로 잠정 확정한 것이 불씨였다.

김 의원은 “대선 패배 이후엔 ‘경선만이 살 길’이라고 해놓고선 그 후 당의 입장이 자주 바뀌고 있다”며 “경선 후유증을 고려해 (경선 대신) 여론조사를 하겠다고 하더니, 이젠 면접 토론이란 묘한 방법으로 미리 내정했던 사람들을 공천 후보자로 발표하고 있다”고 최 대표 등 지도부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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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어 “내가 이미 대표에게 박형준(부산 수영) 이성권씨(부산진을) 내정설을 얘기했는데 그대로 됐다”며 “이 포럼의 배후엔 당내 모모 의원들이 관여하고 있다는 설이 파다하다. (당 지도부는) 면접 토론을 빙자해 사실상 ‘밀실 기획 사천(私薦)’을 하고 있다”고 일갈하자 회의장 분위기는 아연 술렁였다.

김 의원은 특히 이성권, 김희정씨(부산 연제)를 겨냥해 “당 공천심사위는 부산 출신인 나에게 단 한 차례도 지역 사정을 묻지 않은 채 지역 연고도 없고 여론조사 지지도도 낮은 30대들을 뽑았다”며 “검증되지 않은 실험정치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후보가 공천되는 데 대해 열린우리당측이 반색을 하고 있다”고 수위를 높였다.

발끈한 최 대표는 즉각 “도대체 사천이 뭐냐. 그런 말 하지 마라”며 “내가 (공천 심사에) 개입했다는 것이냐”라고 반격에 나섰다.

김 의원은 지지 않고 “최 대표를 보고 사천이라고 한 게 아니라 ‘한국의 길’이란 특정 그룹을 보고 한 것”이라며 “당은 ‘한국의 길’을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이상득(李相得) 사무총장이 “공천심사위원이 정보 수집을 제대로 안 했다는 김 의원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며 “‘한국의 길’을 조사하겠다”고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

한편 지난달 30일 면접 토론에서 탈락한 권태망(權泰望·부산 연제) 의원은 2일 김문수(金文洙) 공천심사위원장에게 “공개 토론만으로 후보를 결정한 근거를 밝히라”며 8개항의 공개질의서를 제출했다. 권 의원은 “적절한 응답이 없을 경우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전국 227개 지역구 중 80개 지역구를 여론조사 불필요 지역으로 분류, 단수공천 유력 지역구로 내정했다. 공천심사위는 나머지 지역구 가운데 57곳에 대해선 여론조사 결과를 넘겨받아 본격적인 심사를 벌이기로 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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