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용 의장 “쓸데없이 自主 강조… 反美혼동 우려”

  • 입력 2004년 1월 16일 19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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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자주 자주 하는데, 젊은 사람들이 자주외교를 반미(反美)하자는 것으로 생각할 것 같아 걱정스럽다.”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을 경질한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다”며 노 정부의 외교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 의장은 이날 오전 윤 전 장관이 “그동안 많이 배웠습니다”라고 작별 전화인사를 해왔다고 전한 뒤 “윤 전 장관이 능력 있고 균형감각까지 갖춘 사람인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영삼(金泳三)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박 의장은 “장관을 바꾸는 것은 문책성 경질 차원을 넘어 외교정책의 기조를 바꾸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데도 노 대통령이 이런 것을 못 보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아프리카에 있는 조그만 나라든, 어떤 나라든 자주외교를 하지 않는 나라가 지구상에 어디 있느냐”며 “모든 나라가 국익을 생각하며 자주외교를 하지만 자주라는 말은 쓸데없이 강조할 필요가 없다”고 충고했다.

박 의장은 “우리의 외교 목표야 한반도 평화와 경제 살리기에 두면 되지 왜 동맹이니 자주니 하면서 편 가르기를 하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정책기획수석비서관을 지낸 뒤 최근 민주당에 입당해 총선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김성재(金聖在) 전 문화관광부 장관은 “노 정부가 자주를 내세우지만 내용 없는 구호와 국내적 혼란 야기로 정작 대미관계에서 가장 자주적 역량을 상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2002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자신이 노 후보 진영에 윤 전 장관을 추천했다며 “학자 출신 중 드물게 현실감각이 뚜렷하고 현실과 이론을 충실히 접목시키는 안목을 가진 사람을 설익은 시각으로 재단해 숭미(崇美)주의자로 몰아버렸다”고 개탄했다.

그는 “노 정부는 내세우는 말과 행동을 일치시켜줄 정책을 갖지 못했다는 점에서 진정한 좌파정부도 못 되고 운동권 기분만 있는 정부”라고 덧붙였다.

최영훈기자 tao4@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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