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정부 외교, 내부 갈등이 문제다

  • 입력 2004년 1월 13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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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외교통상부 조사는 관련자 2명에 대한 징계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외교 실무자가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한 반감을 토로하게 된 근본 원인을 찾아내 재발방지 조치를 해야 한다. 정부를 대신해 외교현안을 다루는 외교관이 대통령과 청와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번 사태로 확인되지 않았는가. 문제 발언자 징계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실무자조차 납득시키지 못한 정부 외교정책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외교부의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 외교업무 종사자들이 특정사안에 대해 시각차를 보이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양한 의견, 그리고 현실과 이상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국익을 도모하는 것이 지혜로운 외교일 것이다. 그러나 일부 외교관들이 NSC를 향해 ‘탈레반’이라고 손가락질하고, 청와대가 외교부를 조사하는 상황을 건전한 의견수렴 과정이라고 할 수는 없다.

사태를 어느 일방의 책임으로 몰고 가면 수습은 어려워진다. NSC와 외교부의 대립이 외교에 지장을 준다면 그 근본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그런 맥락에서 외교부 대미(對美) 라인을 ‘숭미(崇美)주의자’라고 규정하면서 경질을 요구한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원의 주장은 경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지휘를 받아 외교업무에 종사하는 외교관을 숭미주의자로 매도하는 것은 우리 얼굴에 스스로 침을 뱉는 것이 아닌가. 이런 식의 낙인찍기, 편 가르기는 국론을 분열시켜 외교를 어렵게 할 뿐이다.

노 대통령은 엄정한 심판자의 입장에서 사태를 수습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외교가 성공하려면 외교 실무자의 신뢰부터 얻어야 한다. 외교부 또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부적절한 발언을 삼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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