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選 황태자’ 혹독한 겨울…정대철, 결국 구속위기

  • 입력 2004년 1월 9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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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정대철(鄭大哲) 의원이 30년 가까운 정치역정에서 최대의 위기에 처했다.

77년 9대 국회에 입성한 정 의원은 부친 정일형(鄭一亨) 박사의 지역구이자 한국 정치의 1번지로 꼽히는 서울 중구에서 5선을 했지만, ‘3김’의 영향력에 가려 왔다.

그러나 2002년 4월 민주당 지도부 경선에서 2위를 차지한 데 이어 16대 대선에서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 중앙선대위원장으로 후보단일화 논란 속에서 노 후보를 끝까지 지켜냄으로써 대선 후 ‘여권 2인자’로 부상하는 듯했다.

실제 정 의원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승승장구했다. 신주류로 대변되는 그의 주변에는 현역 의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당시 한화갑(韓和甲) 대표의 뒤를 이어 대표 자리도 승계했다.

그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 굿모닝시티측으로부터 4억원의 불법 자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검찰 조사에서 드러나면서부터.

정 의원측은 청와대 386 참모들의 음모설 등을 제기하면서 버티기 전략으로 나갔고, ‘방탄국회’ 덕분에 인신구속을 면해 왔다.

신당 논의도 그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정 의원은 정통 야당에서 ‘부자(父子) 대표’의 영예를 안았지만 결국 ‘분당을 막지 못한’ 대표라는 기록을 남겼다.

정 의원은 최근 민주당과 우리당의 통합 운동에 앞장섰으나 우리당측의 외면으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던 끝에 결국 대우건설 3억원 수수 사건까지 터져 다시 영어(囹圄)의 신세가 될 위기에 봉착했다.

정 의원은 최근 사석에서 “97년 대선 승리 후 경성 사건이 터졌다. 어떻게 대선에서 이기기만 하면 화를 입게 되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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