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시민혁명론` 파문]총선겨냥 친위세력에 ‘총동원령’

  • 입력 2003년 12월 21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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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내년 4월 총선을 ‘낡은 정치세력 대(對) 젊고 새로운 정치세력’의 대결구도로 몰아가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다.

19일 저녁 대선 승리 1주년을 기념한 ‘리멤버 1219’ 행사에서 그가 한나라당을 노골적으로 공격하면서 ‘시민혁명의 계속’을 강조한 것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총선은 ‘큰 구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해 온 노 대통령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날 노 대통령의 발언에는 “이제는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다”는 심각한 현실 인식도 크게 작용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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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인사들의 잇따른 구속과 검찰 소환으로 인해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은 지금 상황을 “차떼기 수법을 통해 수백억원의 불법자금을 동원한 한나라당보다는 열린우리당이 상대적으로 낫다”는 비교우위론을 내세워 돌파하겠다는 암시가 ‘수질(水質) 발언’에 깔려 있는 셈이다.

노 대통령과 가까운 한 고위인사는 “노 대통령은 내년 총선에서 과반수 확보보다 신진 인사들이 국회에 대거 진출하는 데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그동안 대선자금의 전면 수사를 일관되게 주장해 온 것이나 16일 기자회견에서 대선자금의 ‘출구(사용처)’에 대한 조사를 강하게 촉구한 데에는 모두 지난해 대선 당시 돈을 주물렀던 중진 정치인들을 일거에 도태시키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19일 행사에서 ‘시민혁명’을 강조하면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비롯한 정치권 외곽에 있는 지지세력의 결집을 촉구해 내년 총선에서 이들의 조직화를 통해 바람몰이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실제로 열린우리당은 ‘e-파티(전자정당)위원회’ 산하 서포터스 조직인 ‘국민과 함께 P’(단장 명계남·明桂男)를 통해 대외 홍보를 전개하는 동시에 결집력이 복원되고 있는 노사모 ‘국민의 힘’ 등 정치권 외곽의 친노 그룹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복안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e-파티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내년 총선 직전까지는 1만여명의 정예 회원을 모을 수 있다”며 “지난 대선의 경험을 살려 우리당의 후보별 조직책 등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노사모 등 친노 그룹은 노 대통령의 19일 ‘시민혁명’ 발언 직후 회원간 내년 총선에 대비한 ‘임전 태세’를 다지는 분위기다. 자신을 ‘정청래’라고 밝힌 한 유권자는 한 인터넷 게시판에 “노 대통령의 19일 연설은 우리들에게 한나라당과 조선일보의 명줄을 끊고 개혁의 언덕을 향한 진격 명령 사인을 하러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대통령 정치권겨냥 발언록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盧대통령 시민혁명 발언 파장…野 “사전운동”고발 검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9일 대통령선거 1주년 기념식인 ‘리멤버 1219’행사에서 한 “시민혁명이 계속될 것이다”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 야권은 사전선거운동이라며 고발 조치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특히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1일 이날 행사와 노 대통령의 발언 내용이 선거법 위반에 해당되는지를 조사할 방침이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 박진(朴振) 대변인은 20일 주요당직자회의 브리핑에서 “한나라당은 선거법을 위반한 노 대통령에 대한 고발조치를 적극 검토할 것”이라며 “노 대통령은 자신의 무분별한 행각에 대해 사과하고 불법 사조직인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와 자회사격인 ‘국민의 힘’을 해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장전형(張全亨) 부대변인도 21일 논평을 통해 “노 대통령의 당시 발언은 명백한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된다”며 “내일(22일) 오전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선관위 고발 여부를 포함해 대통령의 사전선거운동에 대한 대책을 검토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선관위는 이날 노 대통령이 참석한 ‘리멤버 1219’ 행사와 관련해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한 법 규정에 위반되는지에 대해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선관위 관계자는 “19일 행사장인 서울 여의도공원에 선관위 직원들을 보내 행사 위법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자료를 모으라고 지시했다”며 “법 위반 사항이 나오면 상응한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시민혁명’을 얘기한 것은 지난해 대선 당시 노사모 등이 했던 것처럼 국민 참여를 통해 정치문화를 바꾼 것을 얘기한 것”이라며 “야당은 사전선거운동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노대통령 정치권겨냥 발언록▼

“개혁의 발목을 잡으려는 정치인, 지역감정으로 득을 보려는 정치인,

안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정치인은 잡초 같은 정치인이다.”

(5월 8일, 공무원에게 보내는 e메일 중)

“새 시대를 여는 맏형이 되고 싶었는데 구시대의 막내 노릇을 할 수밖에

없다.”(11월 5일, 원로지식인 오찬에서)

“1급수는 그냥 마시고 2급수는 약 타거나 정화하면 훌륭한 1급수가 될 수

있다. 3급수는 공업용수다. 4급수는 목욕도 하면 안 된다. 피부병 생긴다.”

(12월 19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 1주년 축하행사에서 정치권을 물에

비유하며)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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