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여택수 검찰수사 알고 있었다"

  • 입력 2003년 12월 18일 16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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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386 핵심 참모인 여택수(呂澤壽) 대통령제1부속실 행정관(3급)이 썬앤문 그룹 문병욱(文丙旭)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가 있어 검찰에 소환될 것이라는 보고를 지난 주 중반 경에 민정수석실로부터 이미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청와대 한 핵심 관계자는 18일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여 행정관이 검찰에 1차로 소환되기 며칠 전에 관련 정보를 파악했다"면서 "문재인(文在寅)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이 지난 주 중에 노 대통령에게 이런 내용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14일 4당 대표 회동 이전에 여씨에 대한 검찰수사 보고를 받았고, 13일 여 행정관이 검찰조사를 받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대통령이 검찰 소환조사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여 행정관이 13일 검찰조사를 받고 와서 노 대통령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청와대 안에서는 지난 주 핵심 측근들 사이에서 "여 행정관이 썬앤문 그룹 정치자금과 연관돼 있어 이번 청와대 개편 때 사표를 내고 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한 핵심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자체적으로 파악한 결과 썬앤문그룹 정치자금과 연관된 대통령 측근은 이광재(李光宰)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과 안희정(安熙正)씨, 그리고 여 행정관 등 세 사람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가진 4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불법 정치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이상이면 정계를 은퇴 하겠다"고 한 발언은 여 행정관의 혐의까지 염두에 두고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측근비리와 불법 정치자금을 실체 이상으로 부풀려 대통령을 공격하자 여 행정관의 수수 혐의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역공을 가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16일 기자회견에서는 "불법 정치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 이상이면 재신임을 묻지 않고 정계은퇴를 하겠다"고 거듭 못 박았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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