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중진들 “분권형 개헌 추진”

  • 입력 2003년 12월 8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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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중진의원들이 8일 국회에서 모임을 갖고 본격적인 세력화 작업에 나섰다.

중진들은 이날 강도 높은 당 개혁 촉구에 이어 이달 말부터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공론화에 나설 뜻도 밝혔다. 공천 물갈이 움직임에 대해선 ‘공정한 절차’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당내에선 기선을 제압하려는 중진들의 ‘선수(先手)치기’라는 시각과 함께 최병렬(崔秉烈) 대표와의 사전 교감에 의한 ‘활로 모색’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날 모임엔 중진 의원 31명이 참석했으나 이 밖에 16명이 추가로 참여할 뜻을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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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중진 개헌논의 배경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은 노무현 대통령의 권력을 반분(半分)하겠다는 계산을 자락에 깔고 있다. 4년 뒤 대선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조기에 권력 분점에 나서야 한다는 당내 요구를 대변한 것이다.

여기엔 노 대통령의 낮은 지지도와 특검법 재의(再議) 결과가 한몫을 했다. 재의결에서 개헌이 가능한 국회 재적 3분의 2(182석)가 넘는 209석이 나온 것이 힘을 보태줬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의는 자신들의 생존전략과 맥이 통한다는 분석도 있다. 당내 소장파와 외부 신진 인사들에게 정치 개혁의 주도권을 선점당해 자칫 ‘물갈이 대상’으로 몰릴 가능성이 커진 상황인 만큼 정치판을 뒤흔드는 파괴력을 가진 개헌론을 선도할 경우 정국 주도권을 다시 거머쥘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 대표도 분권형 개헌 공론화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중진들과의 물밑 교감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재창당 수준의 당 개혁=당 개혁의 핵심은 당명 개정을 비롯해 △중앙당 규모를 현재의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 △중앙당사와 연수원 매각 후 불법 대선자금 변제 △지구당과 시도지부 폐지 △중앙당과 시도지부 후원회 폐지 등이다.

공천 제도와 관련해선 당 안팎 인사들로 구성된 공천심사위원회를 통해 경쟁력이 없고 결격 사유가 있는 인사들을 경선에서 배제하고 전문가 및 여성 정치인 영입을 위한 무경선 지역을 두는 방안도 제안했다.

▽공천 물갈이 파문 확산=당 지도부는 이날 ‘공천 물갈이’ 파문이 확산되자 진화에 나섰다.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는 이날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오늘 아침 최 대표를 만났는데 최 대표는 ‘아직 공천 기준을 정한 바 없다’고 말하더라”고 전했고, 양정규(梁正圭) 의원도 “특정 지역과 연령, 수치를 정한 인위적 물갈이는 있을 수 없고, 이 같은 기도는 반드시 막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당내에선 양 의원 등이 불출마 선언을 주도한 데 대해 다수 중진들이 “당신이 우리를 볼모로 살 길을 찾으려 하느냐”고 반발하는 등 중진간의 갈등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불출마 선언을 선도한 일부 중진들에 대해 최 대표가 전국구를 배려할 것이란 ‘빅딜설’이 퍼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양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누구는 정계은퇴를 얘기하지만 나는 이렇게 멀쩡한데…”라며 전국구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지만, 유흥수(柳興洙) 의원은 “그만두는 것도 방식이 있는데 당에 보탬이 되게 해야지”라며 양 의원의 독자 행동을 비판했다.

이날 성명서를 준비한 정문화(鄭文和) 의원은 “양 의원처럼 스스로 총선 불출마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앞으로 공천기준 등 현안에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해 공천 문제를 둘러싼 당내 갈등을 예고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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