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형비리는 없고 개인비리만…강금원씨 구속영장 청구

  • 입력 2003년 12월 2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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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원씨 구속영장실질심사노무현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3일 오전 서울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연합]
강금원씨 구속영장실질심사
노무현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3일 오전 서울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연합]
검찰은 2일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자인 강금원(姜錦遠) 창신섬유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대통령 측근비리와 직접 관련이 없는 개인비리에 초점을 맞춰 핵심을 비켜간 수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이날 강 회장에게 회사자금 50억원을 빼내 쓰고 세금 13억여원을 포탈한 혐의 등 개인비리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강 회장이 노 대통령의 고향친구인 선봉술 전 장수천 대표에게 주었다고 주장한 9억5000만원과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형사처벌될 것이란 당초 예상을 뒤엎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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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검찰이 대통령 측근비리를 규명해야 하는 수사의 본질을 호도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또 야당이 대통령 측근비리 규명을 위한 특검법 수용을 노 대통령에게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2인자’라는 말까지 듣는 강 회장을 구속함으로써 특검 수용의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우선 강 회장을 개인비리로 구속한 뒤 대통령 측근비리를 본격 수사하겠다며 지켜봐달라고 말하고 있다.

검찰은 강 회장과 선씨가 그간의 돈 거래와 관련해 입을 맞췄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 부분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문효남(文孝男) 대검 수사기획관은 “수사 결과 강 회장 진술의 신빙성이 극히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강 회장이 선씨를 위해 변명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강 회장의 신병을 확보한 뒤 실체를 규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이 “생수회사 장수천 채무 변제를 위해 선씨에게 돈을 빌려줬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은 강 회장이 선씨 또는 그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선씨 계좌에 남아 있는 수억원대 뭉칫돈의 출처가 강 회장이 아닌 제3의 인물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선씨의 계좌에는 선씨가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으로부터 받은 SK비자금 2억3000만원 외에 수억원대의 미확인 자금이 들어 있다.

만일 강 회장이 선씨에게 돈을 준 것이 아닌 것으로 확인될 경우 강 회장이 거짓말을 한 이유가 중요해진다.

검찰 일각에서는 선씨 계좌에 있는 수억원대의 뭉칫돈이 측근비리의 실체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이 돈이 노 대통령과 연관성이 있지 않느냐는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강 회장이 지난해 빼낸 회사자금 13억원 중 일부가 노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李基明)씨의 경기 용인 땅 매수 자금에 사용된 단서를 검찰이 포착한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강 회장이 장수천 채무로 곤경에 처한 노 대통령을 돕기 위해 회사 공금을 빼낸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대통령 측근비리와 관련해 검찰이 측근들의 개인비리나 이미 알려진 ‘사소한’ 비리를 확인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특검에 다시 수사를 맡겨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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