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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1월 24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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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잇따라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와 상임운영위원회에서는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23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특검 거부시 재의(再議)를 거부하고 전면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추인했다.
이날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강재섭(姜在涉) 의원이 “오늘은 여러 의견을 제시하는 것보다 지도부에 전면적으로 힘을 실어주도록 하자”고 분위기를 잡자 소속 의원들이 박수로 호응했고 의총은 10분 만에 끝났다. 앞서 최 대표는 23일 저녁 시내 모 호텔에서 양정규(梁正圭) 의원 등 중진들과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최 대표는 이날 “정황상 노 대통령이 특검법안을 거부할 것이 거의 확실해 당이 비상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재오(李在五) 사무총장도 “노 대통령이 특검을 거부한다면 그 이후에 일어날 모든 국가혼란의 책임은 노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고 경고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여전히 신중론이 나오고 있지만 최 대표는 노 대통령의 특검 거부시 전면전을 불사할 생각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최 대표가 기자회견 검토 과정에서 “예산심의와 투쟁을 병행하자”는 실무진의 제안을 일축한 데서도 이 같은 기류가 감지된다.
최 대표는 내심 국회 농성 투쟁→의원직 총사퇴 등 단계적 투쟁을 통해 노 대통령의 정국 파탄 책임을 집중 부각시킨다는 복안이다.
최 대표는 이날 기자와 만나 “(폐회중)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의원직 사퇴서를) 처리하면 재적 과반수가 안돼 국회는 종료된다”고 말했다. 남은 것은 여론의 향배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한 공방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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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법안 수용 여부를 결정할 국무회의를 하루 앞둔 24일 청와대에는 여전히 강경 기류가 드셌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회의에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밝힌 ‘거부권 행사시 전면투쟁’ 주장을 겨냥해 “결론을 어떻게 내든 협박정치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고 정면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노 대통령은 “협박과 타협은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이 민주사회”라며 ‘타협’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 내에서는 대체로 특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닌 만큼 검찰 수사가 끝나는 대로 재의결해 달라는 타협안(조건부 거부)을 내비친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그냥 수용한다고 하면 무서워서 그런다고 할 거 아니냐”고 말했고 이호철(李鎬喆) 민정1비서관은 “지금대로 특검을 하게 되면 ‘의혹이 있다’는 것만으로 청와대 사람들은 매일같이 불려가게 돼있다. 조사 결과는 내년에나 나올 텐데 그전까지는 내내 정치공세가 이어질 것 아니냐”며 거부감을 보였다.
민정수석실의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에는 검찰이 권력과 야합했기 때문에 특검이 설득력이 있었으나 요새는 그렇지 않다”며 “지금 검찰이 한발 물러서게 되면 검찰 독립은 요원해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면 충돌을 막기 위해 특검법안을 수용하자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이를 염두에 둔 듯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은 “특검을 수용할지 여부는 반반”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17일 열린우리당 김원기(金元基) 공동의장과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개인적으로는 특검이든 뭐든 진상을 파헤치는 것을 원한다”며 “그러나 정치권력이 나서서 진행 중인 수사를 중단시키면 권력이 자기 편의에 따라 악용하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고 말했다고 김 의장이 전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민주당 - 자민련▼
민주당은 24일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측근비리 특검법 수용을, 한나라당에는 ‘장외투쟁 반대와 재의결 관철’을 요구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박상천(朴相千) 대표는 당무회의에서 노 대통령이 특검법을 거부할 수 없는 ‘3불가론’을 내세웠다. 요지는 △재적의원 3분의 2가 찬성해 재의결 정족수를 이미 넘었고 △국민 60% 이상이 특검을 찬성하고 있으며 △전직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특검을 수용해 놓고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관련됐을 수 있는 특검을 거부하는 것은 염치없다는 논리였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압도적 다수로 재의결시킨다는 것이 당 내의 공감대다. 당초 특검법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의원들조차 “거부권 행사에는 단호히 맞서 ‘국회를 통해 민의’를 관철시킨다”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그러나 박 대표는 거부권 발동시 한나라당이 재의결 대신 대통령 탄핵 요구, 의원직 총사퇴 결의 등 강경 장외투쟁을 계획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헌법에 정한 재의 절차를 밟지 않고 비정상적 방법을 택하겠다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거듭 분명히 했다.
한편 자민련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당당히 재의 표결에 참여해 자유투표를 실시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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