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화염병 던지며 주민투표 요구하나

  • 입력 2003년 11월 18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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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부안에서 원전수거물 관리시설(방폐장) 건립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공공기관에 화염병을 던지는 무법 상태가 계속되는데도 정부의 대응이 너무 안이하다. 엊그제 촛불시위가 끝난 뒤 화염병과 가스통이 등장하는 폭력시위가 벌어진 데 이어 오늘 오후에도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다. 정부는 언제까지 부안의 폭력사태를 방치할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불법 폭력시위로는 어떤 성과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해 불법 폭력시위가 발생하면 당사자들과 진행 중인 협상도 중단하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노 대통령은 이같이 언급하면서도 부안사태 관련이라고 명백히 밝히지 않아 유감이다. 정부는 부안에서 폭력시위로 압박하는 대화에 더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

‘핵폐기장 백지화 범부안군민대책위’는 대화 결렬을 선언하면서도 방폐장에 관해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연내에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군수가 두들겨 맞고 시위 진압 전경에게 밥을 판 식당이 테러를 당하는 분위기에서 무슨 주민투표를 하자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 같은 상태에서 주민투표를 치르면 투표과정 역시 폭력으로 얼룩질 위험이 있고 결과가 나오더라도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다.

주민투표의 선행조건으로 자유로이 의사를 개진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돼야 한다. 더욱이 국회에 계류 중인 주민투표법이 통과된 뒤 시행령까지 만들려면 다소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연내 실시 요구는 무리다.

다른 국책사업에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부안군만큼이나 위도와 가까운 고창군 군산시 주민들은 물론 나라 전체의 이해가 걸린 국책사업을 특정 군 지역 주민만 참여하는 투표로 결정하는 것은 잘못이다. 백보를 양보해 주민투표 제의를 받아들이더라도 폭력시위와 테러가 횡행하고 자유의사 표시가 억압되는 분위기에서 성급하게 투표시기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보다 분명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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