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거부권 행사 헌법상 고유권한"

  • 입력 2003년 11월 16일 14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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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6일 국회에서 처리된 `대통령 측근비리의혹 특검법안'에 대한 거부권의 위헌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결코 위헌적 발상이 아니며 헌법상 본질에 의해 대통령에게 주어진 헌법상 권한"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낮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하는 게 국회를 무시한 위헌적 발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헌법에 대한 무지의 소치"라며 이 같이 말했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특검을 거부할 경우 '대통령을 거부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고 민주당도 특검법 수용을 거듭 촉구하고 나서 향후 정국의 핵심 변수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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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은 또 "거부권 행사가 적절하냐 그렇지 않느냐의 내용을 갖고 얼마든지 논쟁해도 좋지만 `위헌적 발상이다, 헌법유린이다, 국회무시다'고 얘기하는 것은 헌법에 대한 무지의 소치이며 절대로 위헌적 발상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해두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헌법에 의해 국회에 입법권이 있다면 대통령에게는 행정권이 주어져 있고, 견제와 균형을 위해 국회는 국정에 대한 감시권을 갖고 있고 대통령은 입법에 대해 거부권을 갖고 있는 것"이라며 "이것은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 놓은 헌법상 제도"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특검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는 것으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이 문제는 대통령의 의지와는 관계없는 법리논쟁"이라며 "재의 요구를 할 거냐 말 거냐는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노 대통령은 "국민이 올바른 이해하지 않으면 자꾸 엉뚱한 논쟁을 하게 되기 때문에 법리에 대해 정확히 밝히자는 것이지 거부권을 행사하느냐 안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민주당 반응

한나라당 박 진(朴 振) 대변인은 16일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는 헌법상 대통령 고유권한'이라면서 측근 비리 특검법안을 거부할 수도 있음을 내비친데 대해 "종잡을 수 없는 궤변으로 특검법을 폄하하고 수용을 미뤘다"며 "대통령이 특검을 거부하면 국민과 야당은 노 대통령을 거부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박 대변인은 논평에서 "절대 다수 국민이 지지하는 특검법을 노 대통령이 회피하고 무산시키려는 것은 측근비리가 밝혀지면 결국 자신의 연루 사실까지 드러나게 돼 사법적 정치적 책임을 면키 어렵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이 찬성했고 국민 다수가 지지하는 측근비리 특검은 빨리 수용하는 것이 옳다"면서 "더욱이 대통령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연루의혹을 받고 있는 사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정치 도의적으로도 큰 문제다"고 밝혔다.

유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대북 송금 특검은 수용하면서 측근비리 특검을 거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면서 "이 문제는 시간을 끌수록 의혹의 눈덩이만 커질 뿐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노 대통령의 상식에 입각한 결정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기자간담회 일문일답▼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로 이송된 측근비리 특검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거부권) 법리 논란에 대해 "거부권은 대통령에게 주어진 헌법상 권한"이라며"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적절하냐, 않으냐는 논쟁은 얼마든지 좋지만 위헌적 발상이라는 것은 헌법에 대한 무지의 소치"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 모두발언과 문답 요지

▽모두발언 = 특검법안에 대한 재의 요구에 대해 자꾸만 `위헌적 발상이다' `헌법유린 발상이다' `국회 무시다'라고 하는데 결코 그런 게 아니다. 헌법정신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거부권은 헌법의 본질적 성격에 의해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한이다. (이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적절하냐, 적절하지 않으냐는 얼마든지 논쟁해도 좋다. 그러나 위헌적 발상 등의 얘기는 헌법에 대한 무지의 소치라는 점을 명확하게 해두고 싶다. 절대로 위헌적 발상이 아니다. `

국회에는 입법권이 있고 대통령에게는 행정권이 있으며 국회는 또 국정감시권이 있고 대통령은 국회의 입법에 대한 거부권이 있는 것으로, 이는 (헌법이) 정교하게 만들어 놓은 제도다.

▽문답

-거부권 행사 의지를 굳혔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한 것으로 해석해도 되나.

답=아니다. (거부권 행사) 의지와 관계없이 법리 논쟁을 말한 것이다. 이 부분은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사물을 이해할 때 어떤 인식을 가졌느냐가 중요한 것인데 국민이 법리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갖지 않으면 엉뚱하게 논쟁하게 된다. 법리에 대해 정확히 밝히자는 것이지 거부권 행사하느냐 안 하느냐는 별개 문제다.

국회 입법권에는 한계가 있다. 권력분립의 본질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수사권은 정부에 속하는 것인데 국회가 특정사건에 대해 정부에 수사권을 행사토록, 또 수사를 명령하는 이런 내용의 법이 과연 적절한 것이냐는 것이다. 이게 과연 권력분립의 취지에 맞느냐. 이것은 형식 논리로 갈 게 아니라 수사권이 적절하게 수행되지 않고 있을 때 국회의 견제권으로 인정될 수 있으나, 일정한 한계가 있어야 한다. 정부 수사권의 본질을 침해해선 안 된다. 일정한 보충성의 원리를 충족시켜야 한다.

-최근 `시간조절용 재의'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재의 여부 판단 기한인 오는 25일까지 어떻게 결정할지 방향을 말하면.

답="재의 요구를 할 거냐 말거냐 생각 중"이라고만 말할 수 있다. 명백히 밝혀둬야 할 입장이 있다. 궁극적으로 특검 수사를 개인적으로는 마다하지 않겠다. 말하자면 개인적 입장은 특검을 통해 내 측근들의 비리 여부를 확실하게 밝히는데 대해 전혀 거부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백히 밝히고 싶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국가의 법이 합리적으로 운영되도록, 또 국가경영이 합리적으로 운영되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검찰수사가 선행되고 미진한 게 있으면 특검을 하는 게 순서이므로 검찰수사에 시간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융통성 있게 운용하겠다는 뜻이다. 현 특검법을 받아들이면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되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보충성이 없기 때문이다. 사후적으로 요건을 충족시킬 방법이 있다면 검찰수사가 끝난 뒤 특검에 들어가도록 시간을 조절하면 서로 모순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조절할 수 있는 것 아니냐. 검찰수사에 부족함이 있는지 없는지는 재의 결정할 때 다시 국회에서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국회에서 "검찰수사가 미진하다.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하면 그 때 가서 한 번 더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의미를 갖는 것이다. 합법적으로, 합리적으로 풀어가자는 것이다. 그런 뜻으로 시간조절용 재의요구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특검법안이 재의가 가능한 국회 재석 3분의 2 이상 의원들의 찬성으로 통과됐기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논리적으로 모순이라는 해석이 있는데.

답=그렇지 않다. 국회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제가 재의를 요구할 때 이유를 붙이면 그에 대해 국회가 한번 더 들여다 볼 수 있다. 들여다 보는 때와 안 들여다 보는 때는 사정이 다르다. 또 처음 결정할 때와 재심의할 때 사정이 달라질 수도 있다.

디지털뉴스팀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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