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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0월 26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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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와의 회동은 양측의 건드리면 터질 듯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냉기류가 흘렀다.
노 대통령은 최 대표와 회동 직전 넥타이를 풀어 고쳐 매는 등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먼저 회동 장소인 청와대 2층 백악실로 대통령이 먼저 입장하거나 손님과 함께 들어오는 의전을 깨고 최 대표가 한발 앞서 들어가 청와대측은 당혹해했다.
회동은 팽팽한 신경전으로 이어졌다. 최 대표가 검찰의 SK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야당 대선자금은 다루고 여권은 손을 떼고 있는 것 아니냐. 이쪽(여권)만 깨끗한 것처럼 보이는 것 같다”고 하자 노 대통령은 “내가 깨끗하다고 주장한 적 없다”고 맞받았다.
이어 최 대표가 “기양건설사건 등 (지난해 대선에서) 당락에 영향을 줄 수 있었던 사안에 대해 왜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느냐”고 따지자 노 대통령은 “어느 쪽도 완벽하지는 않으나 (잘못한 것에는) 큰 차이는 있을 것이다. 나는 어떤 기획이나 조작도 하지 않았다”고 응수했다.
또 재신임 국민투표와 관련해 최 대표가 “특검을 해서 수사 결과 탄핵사유가 될 때에는 탄핵, 또는 하야해야 한다”고 몰아붙이자 노 대통령은 “탄핵, 하야라는 가정을 전제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 최 대표가 “정부가 신중히 결정한다고 했는데 느닷없이 (파병)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고 지적하자 노 대통령은 “신중히 결정한다는 것은 오래 걸린다는 게 아니고 신중하게 생각하겠다는 얘기였다. 말 바꾸기 게임의 논리가 아닌 만큼 원내 제1당의 자세를 지켜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 및 정치제도 개혁 등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노 대통령은 “경제에 대한 문제 제기는 적극 수용하겠다”고 했고 최 대표도 “언제든지 협조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화답했다.
이에 앞서 열린 노 대통령과 민주당 박상천(朴相千) 대표와의 회동도 처음에는 신경전으로 시작됐다. 박 대표는 “야당대표 자격으로 처음 뵙는 자리다. 마음이 착잡하다”고 운을 뗐고 이어 그는 “재신임이 돼도 후유증이 엄청나다. 재신임 여론이 현재 높지만 대통령이 측근 비리에 관여된 것으로 나타나면 (여론이) 역전된다”고 직공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야당이) 빨리 하자고 해서 국민투표 시기도 앞당겼다”고 받았다.
하지만 박 대표는 회동 중반부터는 “대통령이 특별히 부정부패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노 대통령도 책임총리제에 대해 내가 과거에 한 이야기를 기억하지 않느냐”며 ‘민주당 인연’을 내세우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회동 뒤 노 대통령이 “재떨이를 좀 가져오라”고 해 30분 동안 담배를 함께 피우며 독대(獨對)했다.
25일 열린 열린우리당 김원기(金元基) 주비위원장과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와의 회동은 시종 부드러운 분위기였다. 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는 “창당은 잘 돼 가느냐”며 열린우리당 창당 일정 등을 논의했다.
또 김종필 총재는 “크게 힘이 못 돼 미안하다”며 “백일 전에는 아이를 폭 감싸줘야 아이가 안 운다”며 새 정부에 대한 지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국민투표에 대해서는 “신임을 받더라도 반대하는 사람의 성향은 바뀌지 않는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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