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철 "盧 못떠나…신당가겠다" 11일께 탈당

  • 입력 2003년 10월 9일 2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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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민주당 분당(分黨)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거취 문제를 고심하던 정대철(鄭大哲·사진) 전 대표가 결국 통합신당행을 결심한 것으로 9일 알려졌다.

정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의 개인 사무실에서 측근들에게 “나는 노무현 대통령을 만든 선대위원장이었기 때문에 노 대통령이 잘못한다고 해서 (그를) 떠날 수 없다”며 “신당으로 가겠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그는 또 “신당 창당주비위 김원기(金元基) 위원장과 힘을 합치면, 노 대통령이 잘할 수 있도록 이끌 수 있다”며 “(신당에 대한) 호남 민심이 안 좋다고 걱정하는데 내가 광주, 전주 다 다니면서 (신당 지지를) 설득하고 호소하겠다”고 덧붙였다.

그의 신당행 결정에는 이런 정치적 명분 못지않게 박상천(朴相千) 대표,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 등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국정감사가 끝나는 11일경 탈당계를 내고, 12일경 신당에 합류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 의석은 62석으로 줄고, 신당 의석은 44석으로 늘게 된다.

통합신당의 핵심 관계자는 “정 전 대표의 결단은 13일로 예정된 신당 발기인 발대식 일정도 염두에 둔 것”이라며 “6, 7명의 민주당 의원이 동반 탈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전 대표의 ‘신당행 보따리’는 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동반 탈당 대상 의원 대다수가 “민주당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이낙연(李洛淵·전남 함평-영광) 의원은 “나는 그럴(동행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강원지역의 한 의원도 “이왕이면 여당을 하자”는 정 전 대표의 권유를 받고, “지역 민심이 신당보다 민주당이 더 낫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정 전 대표를 20년간 모신 최측근인 민영삼(閔泳三) 부대변인도 ‘민주당 사수’를 선언했다. 민 부대변인은 “정 전 대표에게 여러 차례 ‘민주당에 남아 민주개혁세력의 재통합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간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신당은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면서 ‘신지역주의’를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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