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亞순방 한국 왜 빠졌나]"파병 결정못해 실익없을것"

  • 입력 2003년 10월 9일 20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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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이 8일(현지시간) 발표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일정(17∼23일)에는 한국이 빠져 있다. 과거 15∼20년 동안 미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중, 특히 일본을 방문하면서 한국을 제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외교통상부 위성락(魏聖洛) 북미국장은 9일 브리핑에서 “부시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24시간이 넘지 않는 기착성(stop off)이다”며 그 의미를 애써 축소한 것도 ‘한국을 일부러 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 것을 염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일본 도착 당일인 1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 함께 도쿄 시내에서 ‘편안한 저녁식사(relaxing social dinner)’를 하면서 이라크 전후 처리와 북핵 문제 등 주요 사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물론 부시 대통령이 일부러 서울을 ‘건너뛰기’로 결심한 흔적은 없다. 그보다는 현 시점에서 한국을 방문해도 별다른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 파운데이션 한국지부 대표는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만일 부시 대통령이 방한해 이라크 파병에 대해 합의를 해도 문제고, 합의를 하지 못해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 정상이 서울에서 만나 이라크 파병에 전격 합의했을 경우 한국 내 반미감정 및 노무현(盧武鉉) 정권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세져 오히려 양국 관계가 손상될 수 있고, 반대로 부시 대통령이 이 문제에 합의하지 못한 채 워싱턴으로 돌아갈 경우엔 워싱턴 내부의 비난 여론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국군의 파병문제는 이미 한미 정부간 내부 합의가 마무리된 상태라 부시 대통령의 서울 방문 필요성이 없어졌지만 일본은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소식통은 “한국은 외신 등을 통해 전해졌듯 이미 파병 쪽으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일본은 10여차례나 현지에 조사단을 보내고도 아직 파병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부시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고이즈미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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