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의 핵 협박, 더는 안 통한다

  • 입력 2003년 10월 3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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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 협박이 위험 수준에 이르고 있다. 북한은 그저께 폐연료봉의 재처리를 완료했으며 이를 통해 얻은 플루토늄을 ‘핵 억제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용도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또 어제는 영변의 5MW 원자로가 정상 가동되고 있고 재처리시설도 재가동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틀 연속 핵무기 개발 의사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다.

재처리 징후가 포착되지 않았다는 한미 당국의 분석으로 볼 때 북한의 발표는 앞으로 핵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몸값 올리기’라고 풀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정말로 핵무기 개발에 나선 것이라면 사태는 심각해진다. 당장 차기 6자회담의 전망이 불투명해질 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안정은 중대한 위기에 빠지게 된다. 북한이 자신을 사지(死地)로 내모는 그 같은 결정을 하지 않기 바란다.

이번 발표가 ‘협상용’이라고 해도 북한의 입지는 오히려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번 발표는 ‘추가적으로 상황을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한 지난번 6자회담의 합의를 북한이 깬 것이 된다. 당연히 북핵 불용(不容) 원칙에 합의한 6자회담 참가국들의 대북(對北) 불신감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미국 내 강경파의 목소리도 높아질 게 분명하다. 북한은 과거에 즐겨 써온 협박전술이 이제는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번에 미국이 보인 비교적 담담한 반응도 이 같은 현실을 뒷받침해준다. 엊그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북한의 플루토늄 재처리 완료 주장에 대해 “(미국은) 그것을 확인할 근거를 갖고 있지 않으며, 북한의 발언은 이번이 세 번째”라고 평가 절하했다. 한마디로 미국은 북한의 행태를 꿰뚫어 보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북한은 부질없는 핵 위협을 그만두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그것만이 북한이 진정으로 살 길이라는 것을 왜 아직도 모르는가. 북한이 성실하게 협상에 임할 때 한국도 북한을 도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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