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정장관 전격해임]“또 해임案 된서리 맞을라” 속전속결

  • 입력 2003년 10월 2일 19시 35분


코멘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일 최낙정(崔洛正) 해양수산부 장관을 전격 경질한 것은 ‘신(新)4당 체제’의 등장으로 인해 가뜩이나 정부의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악재(惡材) 요인’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 장관의 잇단 ‘튀는’ 발언이 물의를 일으키자 야당이 해임 공세를 펴기 시작했고, 최 장관의 거취 문제가 대(對)국회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국회에서 ‘야권 3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제출되는 상황까지 벌어지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새해 예산안과 각종 법안이 순조롭게 통과되기를 기대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난감한 처지에 빠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아무튼 노 대통령이 ‘장관에 대해서는 적어도 2년은 임기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지론을 펴온 점에 비춰볼 때 이날 경질은 그만큼 최 장관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 장관 해임 가능성은 1일 오후부터 청와대와 총리실쪽에서 조금씩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날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일일현안 회의에서 최 장관의 최근 행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한 고위인사는 정부 관계자에게 “정신 나간 사람 아니냐”고 역정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건(高建) 국무총리도 1일 오후부터 해임 건의를 결심하고 청와대쪽과 의견조율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최 장관은 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 별다른 이유 없이 불참해 청와대 안팎에서는 일찍부터 경질설이 나돌았다. 최 장관은 이날 아침 8시경 허성관(許成寬) 행정자치부 장관으로부터 “국무회의에 나오지 않는 게 좋겠다”는 권유를 받고 불참했는데, 해양부 내에서는 곧바로 “청와대에서 회의에 나오지 말도록 했다”는 얘기와 함께 경질설이 퍼졌다.

한편 이번 해임이 고 총리의 국무위원 해임권 행사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고 총리가 1일 4당 원내총무들과 만나 국회와의 새로운 관계 설정에 나선 것이나, 이날 해임건의를 한 것은 향후 국정 운영에 있어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가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취임식부터 튀는 언행… 14일만에 물러나 ▼

스스로 ‘튀는 공무원, 설치는 공무원’으로 불렀던 최낙정(崔洛正)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짧은 장관 재임기간은 화제와 파격의 연속이었다.

그의 튀는 언행은 지난달 26일 경기 과천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의 돌출발언으로 된서리를 맞았다. 최 장관은 이 자리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태풍 상황에서의 공연 관람’을 옹호하는 발언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고 사흘 뒤 국민에게 사과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전남 목포해양대에서 “기자들 있으면 말 못하겠다”는 등 취재를 기피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또 바로 다음날인 이달 1일 충북 청원군 한국교원대에서 교사를 대상으로 특강을 하던 중 교사를 비하하는 듯한 발언으로 일부 교사가 반발해 퇴장했다. 최 전 장관은 이날 사태 수습을 위해 사과는 물론 큰절까지 했다.

그는 장관 취임 14일 만에 전격 경질됐다. 2001년 ‘충성 메모’ 파문으로 43시간 만에 물러난 안동수(安東洙) 전 법무부장관, 1993년 10일 만에 딸의 편법 대학입학으로 퇴임한 박희태(朴熺太) 전 법무부장관 등과 함께 ‘단명(短命) 장관 그룹’에 포함됐다. 또 역대 해양부 장관 가운데 ‘최단명’ 장관, 현 정부 출범 뒤 재임 기간이 가장 짧은 장관으로 각각 기록됐다.

최 전 장관은 2일 이임식에서 “해양 수산인 여러분께 고맙고 송구스럽고 아쉽다”며 “초보운전자가 접촉사고를 낸 정도로 봐줬으면 했는데 인명사고를 낸 셈이 됐다”고 말했다.그는 이임식 후 본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홀가분하다. 아직 퇴임 후 계획은 없다. 가능하면 대학으로 가고 싶다”고 전했다.그는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 시절 6대 해양부 장관인 노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현 정부 출범 후 기획관리실장에서 차관으로 승진한 뒤 다시 7개월여 만에 장관에 임명되는 등 ‘초고속승진’을 거듭했다.하지만 ‘행정고시 17회 첫 장관’ ‘해양부 출신 첫 장관’ 등 화려한 기록이 따라다녔던 그는 지나치게 튀는 과정에서 발생한 ‘자살골’로 결국 장관직에서 물러났다.차지완기자 c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