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風자금은 YS측 大選잔금” 홍준표의원 주장 파문

  • 입력 2003년 9월 25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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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안기부 예산의 총선자금 전용 사건에 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한나라당 상임운영위원회에서 최병렬 대표(왼쪽)가 피곤한 듯 손등으로 눈을 비비고 있다. -서영수기자
25일 안기부 예산의 총선자금 전용 사건에 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한나라당 상임운영위원회에서 최병렬 대표(왼쪽)가 피곤한 듯 손등으로 눈을 비비고 있다. -서영수기자
불법 전용 의혹을 받는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의 전신) 예산의 성격을 둘러싼 논란이 정국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25일 서울지방법원에 대한 국회 법사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안풍(安風)’ 사건과 관련해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 의원들에게 지원된) 안기부 자금은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92년 대선잔금”이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안풍 사건의 자금 성격을 둘러싼 논란의 와중에 공개적으로 ‘YS 대선잔금’이 거론된 것은 처음이다.

홍 의원은 이날 “이 사건의 본질은 92년 대선 잔금이 안기부 계좌를 통해 들어간 것으로 안다”며 “(당시 YS측의 사조직인) ‘나라사랑실천운동본부’(나사본) 자금 130억원 중 70여억원이 흘러들어간 것은 재판부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재판을 통해 국민의 혈세, 간첩 잡으라는 돈을 사용했다는 오명을 벗겨 달라”고 당부했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95년 지방선거와 96년 15대 총선에 지원된 돈이 안기부 계좌에서 나온 것은 맞다”며 “그러나 안기부 계좌에 넣어 놓은 92년 대선잔금을 사용했을 뿐이기 때문에 안기부 계좌는 자금세탁과 관리 창구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현경대(玄敬大) 의원이 이날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안기부 1년 예산의 20%에 달하는 1000억원을 전용했다면 기관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당해 결산도 문제가 없었고 기관 운영도 정상적이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정치권에선 92년 대선 승리 후 YS가 ‘당선 사례금’과 ‘대선 잔여금’을 안기부 계좌를 통해 관리해 왔다는 추측이 난무했다.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24일 기자들과 만나 “돈의 출처와 성격에 대해선 당 밖의 5, 6명이 진실을 알고 있고 때가 되면 밝혀지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알려졌다.

안풍 사건의 1심 선고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강삼재(姜三載) 의원은 ‘정치적 신의’를 내세워 자금의 출처에 대해 함구했다.

이에 YS는 대변인격인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 의원을 통해 “‘안풍’사건은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밝힌 데 대한 표적사정으로 정치적인 재판”이라며 “정치적으로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어 ‘YS 대선 잔금설’에 대해선 즉답을 피한 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도울 일이 있으면 힘껏 돕겠지만 증인으로 출석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한나라 ‘安風’수습 고심▽

‘안풍(安風)’이 한나라당을 강타하고 있다.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예산의 총선 자금 전용사건으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강삼재(姜三載) 의원이 정계 은퇴를 선언한 데다가 1995년 지방선거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김덕룡(金德龍) 의원의 검찰 소환 방침까지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일단 한나라당은 이 사건의 조기 수습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자칫 미적거릴 경우 내년 총선에서 ‘악재(惡材)’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대응 방식을 둘러싼 당내 시각차는 첨예화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선(先) 진상규명 후 제도개선’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소장파 의원들은 ‘사과와 정치개혁 병행 추진’으로 맞서고 있다.

당 지도부는 먼저 문제가 된 안기부 돈의 성격을 밝힐 것을 법원 등 관계기관에 촉구하고 나섰다. 안기부 계좌에서 돈이 나왔지만 결코 안기부 예산이 아니라는 게 논거다.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자금의 성격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국가정보원을 상대로 계좌추적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대통령을 설득해서라도 이를 관철시켜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반면 소장파 의원들은 당 지도부의 대응 방향을 문제 삼고 있다. 자금 성격이 안기부 예산이든 아니든 자금 자체가 ‘떳떳하지 못했다면’ 먼저 대국민 사과를 한 뒤 정치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남경필(南景弼) 의원은 “설사 안기부 자금이 아니더라도 떳떳하지 못한 돈을 사용한 데 대해 먼저 사과한 뒤 진상을 규명하는 게 옳다”며 “다만 사건 자체에 권력층의 숨은 의도가 있고 지도부가 전향적 자세를 보이고 있어 전략적 대응방향을 함께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남 의원과 원희룡(元喜龍) 오세훈(吳世勳) 이성헌(李性憲) 정병국(鄭柄國) 의원 등은 24일 긴급 회동해 안풍사건에 대한 소장파 의원들의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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