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언론탄압국’ 오명 벗어나야 한다

  • 입력 2003년 9월 16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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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언론인협회(IPI)가 한국을 3년째 ‘언론자유탄압 감시대상국’으로 존속시키기로 했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IPI는 노무현 정부가 소송과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조사로 일부 비판 언론을 탄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특히 IPI가 “노무현 대통령이 언론인의 자유로운 취재권을 존중할 것과 정부기관들을 언론탄압과 협박을 위한 도구로 동원하는 것을 자제하도록 촉구한다”고 밝힌 부분에 주목한다. 노 대통령은 스스로 ‘언론의 시샘과 박해’를 받고 있다고 여기면서 공직자들에게 ‘언론의 횡포’에 굴복하지 말라고 독려해 왔다. 국제사회가 이 같은 노 대통령의 언론관이 한국의 언론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출범 6개월여밖에 되지 않은 새 정부가 언론자유 탄압으로 세계적 공인을 받은 것이 과연 노 대통령이 강조하던 언론과의 ‘건전한 긴장 관계’인지 묻고 싶다. ‘언론탄압국’이라는 오명(汚名)이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에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

IPI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신문시장에 대한 조사에 나선 것을 지적하며 “정부의 모든 힘이 일부 인쇄매체를 겨냥한 공격을 위해 동원되고 있다”고 했다. 나라 경제가 흔들리고 북한 핵, 이라크 파병 등 문제가 산적해 있는 시점에도 우리 정부는 여전히 비판적 신문 입 막기에 매달리고 있는 것으로 비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IPI가 감시대상국을 발표하는 목적은 국제여론을 환기시켜 언론을 억압하는 정부가 바른 길을 찾도록 하는 것이다. 노 정부가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민주사회에서 대통령과 정부 등 권력 기관에 대한 비판과 감시는 언론의 사명이자 존재 이유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언론을 통한 여론의 비판을 국민의 소리로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노 대통령과 정부가 언론과의 불필요한 소모전을 그치고 국정과제에 전념할 때 ‘언론후진국’이라는 수모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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