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혼 前 美국무부 차관보 6자회담 기고

  • 입력 2003년 8월 26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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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북한 핵 6자회담에 대한 기대는 낮다.

다만 미국과 북한의 비공식 별도회담 문제 때문에 난항을 겪지 않고 각국 대표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충분히 제기할 기회를 갖는다면, 특히 다음 회담 날짜까지 정한다면 첫 회담은 성공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회담에서 참가국들, 특히 미국과 북한 사이의 분명한 의견 차가 좁혀질 것으로 기대해선 안 된다. 이번 회담은 향후 협상을 전망할 수 있게 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히 포기할 뜻이 있는지를 분명히 하느냐다. 북한은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가 지난해 10월 평양을 방문한 이후 핵 의지에 대해 고의적으로 모호한 입장을 취해왔다.

북한은 미국이 안전을 보장하고 북한의 다른 요구사항들을 들어주면 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해소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한다. 그러나 미국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제3자와의 개별적인 대화에서 핵 능력을 완전히 제거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인상을 주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4월 말 베이징 3자회담에서는 켈리 차관보와의 별도 대화를 통해 자신들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해체하지도 않겠다고 장담한 것으로 보도됐다.

북한은 이러한 모호한 태도를 통해 협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계산이다.

모호한 태도는 특히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 내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북한에 대한 평가에 힘을 더해줄 뿐이다. 미 행정부의 평가는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으로 남기로 결심했으며, 플루토늄을 무기로 전환하는 시간을 벌기 위해 협상을 이용하고 있고, 전 세계에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로 공개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 등이다.

이런 평가로 인해 결과적으로 미국은 북한과 진지한 협상을 벌여야 할 인센티브를 갖지 못하고 있다.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북한과의 협상을 싫어하는 부시 행정부가 무엇 때문에 핵 프로그램 종식이라는 결과를 확신하지 못하면서 ‘나쁜 행동’에 대해 보상하려 하겠는가.

미국의 가장 중요한 협상목표가 달성될지 의문인 상황에서 부시 행정부 내의 (북한) 포용정책 지지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북한의 우려를 해소하라고 권하겠는가.

북한이 진정 핵 능력을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면 지금 그렇다고 말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핵 능력을 당장 모두 포기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핵 프로그램 중단은 8000개의 폐연료봉에서 추출한 플루토늄을 다시 국제적인 통제에 맡기는 것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할 수도 있다.

북한이 안전 보장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핵 능력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들은 북한에 대해 적절한 안전 보장을 제공해야 하며 이는 북한의 조치와 병행해 이뤄져야 한다.

북한은 의사를 분명히 해야 한다.

만약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안전 보장을 제공한다면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히 종식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준수하는 회원국으로 재가입하겠다고 말이다.

북한이 그런 입장을 밝히기에 이번 베이징회담보다 좋은 시기와 장소는 없다. 북한이 그렇게 한다면 이번 회담에 대한 기대는 높아질 것이며 향후 협상의 생산적인 기반이 될 것이다.

정리: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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