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표 대표 노대통령 사과 촉구 전문

  • 입력 2003년 8월 21일 15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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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승씨 향응파문, 노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

양길승 전 창와대 제1부속실장의 향응파문사건이 점입가경이다. 양씨의 향응파문사건이 마침내 현직검사가 개입된 '몰래카메라사건'으로까지 번져나가리라고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이 '몰래카메라사건'으로 발전하면서 본말이 전도되어 가는 듯한 느낌도 들고 있으니,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양길승씨의 향응파문사건과 이 사건과 관련한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관계자의 부적절한 대응이 잊혀져 가는 듯한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몰래카메라사건'에 대한 수사로 이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양길승씨의 부적절한 행위와 이를 감싼 노대통령과 청와대의 대응이 얼마나 부당했는지가 더욱더 분명해지고 있다. 양씨나 노대통령은 이 사건이 '몰래카메라사건'으로 변질되면서 이 사건의 본질이 희석되어 간다 싶어 안도하고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런 마음을 먹는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이미 지적했듯이 이 사건이 몰래카메라사건으로 확대되면서 양씨의 향응파문사건과 이에 대한 노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의 대응이 잘못되었음이 더욱더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처음에는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던 양길승씨가 선거 때 도움을 받은 고향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한잔 했고, 그 과정에서 형사사건에 연루되어 있던 사람이 사건청탁을 한 것 정도로 인식되었다. 그런데 이 사건이 '몰래카메라사건'으로 확대되면서 이 사건은 단순한 향응이나 사건청탁이 아니라 폭력과 음란과 청부살인이 뒤범벅이 된 유흥업소의 이권다툼에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개입된 사건임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더욱이 이 사건은 대통령의 측근인사만 개입된 사건이 아니라 대통령까지 개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 사건으로 확대된 것이다. 노대통령이 비록 양길승씨를 통해 전달된 베개 선물을 직접 받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그 베개가 청와대에까지 도착하여 창고에 보관되어 있기까지 했다는 것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대통령이 아니라면 노대통령을 불러다 이 베개선물과 관련하여 조사해보아야 할 일이다. 더욱이 노대통령이 그 베개선물과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노대통령이 양길승씨의 향응파문사건에 대처한 태도는 그야말로 대통령답지 못한 것으로서 엄중한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양길승씨 향응파문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어 물의를 빚게 되고, 그래서 마침내 양실장이 부속실장직을 사퇴해야 할 상황에 처해 사표를 제출하자, 노무현 대통령은 이 사건과 관련하여 "별로 자랑할 일이 아니고,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말하면서도 "양실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으면 후속보도가 나오고, 그걸로 청와대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란 권고 때문에 양실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양실장은 좋은 사람인데... 선거때 많은 일을 했는데...."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며칠 후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사표수리를 건의하자 사표를 수리했다.

그러니까 노대통령은 이 향응사건이 문제가 되어 양길승 실장이 사표를 제출했을 때 그것을 수리하고 싶었으나, 주위사람들이 권고하기를 만약 사표를 수리하지 않으면 언론이 계속해서 이 사건을 보도할 뿐만 아니라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데 대해 비난할 것 같으니 사표를 수리하라고 권고해서 오히려 양실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놀라운 일이다. 대통령이 마땅히 해야 할 일에 대해 언론이 그 일과 관련하여 보도하는 것이 못마땅하다고 해서 오히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하니, 도대체 노대통령의 국정수행기준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의 보도태도가 못마땅할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의 보도태도가 못마땅하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대통령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직무유기도 보통 직무유기가 아니다. 백보를 양보하여 언론의 보도태도가 못마땅해서 사표수리를 미루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드러내놓고 말하는 것 또한 대통령의 자세가 아니다. 사실을 감추라는 뜻이 아니라 대통령은 그렇게 처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욱더 놀라운 것은 대통령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데 대해 언론이 비판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데도 자기가 양실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으면 언론이 틀림없이 비판할 것이란 말을 듣고서 오히려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언론의 비판을 좀 받아보겠다는 것인데, 언론의 비판을 받기 위해서 대통령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일부러 언론의 비판을 자초하는 것또한 대단히 잘못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편으로는 언론의 비판을 못마땅해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언론이 비판하려면 한번 비판해보라는 것인데, 이것은 지극히 비정상적인 왜곡된 사고방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일이 있고서 상당한 시간이 지난 지금 다소 새삼스러운 느낌이 들 수 있는데도 양길승씨 향응파문사건에 대한 노무현대통령의 대응태도를 문제삼는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몰래카메라 사건'에 밀려 양길승씨 향응파문사건이 묻혀가고 있기 때문은 아니다.

본인이 이것을 문제삼는 것은 우선 이 사건에 대처한 노무현 대통령의 잘못된 사고방식은 이 사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건에서도 나타나기 때문이고, 또 다른 이유는 이 사건의 실체가 상당한 정도 드러난 지금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고 또 책임을 추궁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걸핏하면 언론을 탓해 왔는데, 노대통령의 그러한 자세가 얼마나 잘못되었는가를 이 사건은 분명하게 보여준다. 지금쯤 노무현 대통령은 양길승씨 향응사건과 관련하여 그 책임을 언론탓으로 돌린 자신의 행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과연 그의 그러한 태도가 옳았는지 말이다.

당시 언론이 이 사건을 보도한 것이 잘못이란 말인가? 언론이 문제를 삼았기 때문에 이 사건이 문제가 되었다고 했는데 과연 그런가? 그러면 대통령의 최측근이 파렴치한 사건에 개입하여 향응을 받은 사건에 대해 언론이 보도를 하지 않아 이 사건이 문제가 되지 않았었어야 한단 말인가? 만약 언론이 이 사건을 보도하지 않았다면 이 사건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었는데, 노대통령은 그러기를 바라는가?

지금쯤 노대통령은 언론과 자신 가운데 누가 과연 이 사건을 정확히 이해하고 올바로 대처했는지를 판단해 보아야 한다. 양길승씨의 향응사건을 접하고서도 "별로 자랑할 일은 아니고,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말하면서도 이 사건이 문제가 된 것은 언론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언론을 비난한 노대통령의 판단과 태도야말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만약 언론이 이 사건을 보도하지 않았다면 그것이야말로 비난받을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런데 이 사건과 관련하여 진실로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 사건의 실제가 거의 다 드러난 지금 노무현 대통령이 이전과는 다른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일이다.

백보를 양보하여 사건 초기에는 노대통령도 양실장이 그렇게나 잘못된 일을 한 것을 잘 모를 수 있다. 그러나 '몰래카메라 사건'에 대한 조사와 더불어 양길승씨의 행위가 얼마나 잘못되었는지가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는 지금은 노대통령의 인식이 완전히 바뀌어야 마땅하다. 즉 조세포탈과 윤락행위, 살인 및 갈취 교사 등 다양한 범죄 혐의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과분한 향응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을 배경으로 삼고자 대통령에게까지 선물을 보냈고, 그 선물이 청와대에 보관되어 있도록 한 것이 드러났으니 노대통령은 이에 대해 새로운 입장표명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미 양실장이 사표를 내고 청와대를 떠난 상태이지만 노대통령은 대통령의 최측근이 이런 파렴치한 사건에 연루된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함은 물론 이런 엄청난 사건에 대해 언론을 탓하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노대통령 자신의 어리석고도 부끄러운 대응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본인이 특별히 이 사건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 있는 대응을 요구하는 것은 이 사건이 살인까지 일어난 폭력사건에 대통령의 최측근이 사건무마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뒤늦게나마 양길승씨의 향응사건이 이런 엄청난 사건임을 알았다면 노대통령은 당연히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만약 노대통령이 이런 엄청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이 사건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다면 노대통령은 다른 어떤 일에서보다 훨씬 더 강도 높은 비난을 받아야 한다. 그 이유는 이 사건이 폭력배가 개입되어 살인까지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사건은 노대통령이 과연 대통령이 될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를 의심하게 할 만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폭력배에 대한 단호한 대응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오직 대통령만이 할 수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대통령 이외의 그 누구도 폭력배의 보복으로부터 벗어나 있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통령만이 엄중한 경호를 받고 있어 폭력배의 보복을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폭력배에 대해 엄중 대처한 몇몇 기회가 있었는데, 그것은 모두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폭력배에 대해 단호한 대응을 지시하기는커녕 자신의 최측근이 폭력배사건에 연루되었는데도 이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조차 없어 보이니 한심한 일이다. 이런 분이 어떻게 대통령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싶다.

양길승씨 향응사건파문사건은 단순히 양길승씨에 국한된 사건이 아니고, 노무현 대통령의 자질을 점검해 불 수 있는 사건이다. 거듭 요구하건대 노무현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자신의 최측근이 파렴치한 사건에 연루된 데 대해 사퇴 이상의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이 사건에 대해 잘못 대처한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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