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者회담 상대 고르기 신경전

  • 입력 2003년 8월 13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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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부터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북핵 6자회담을 앞두고 각국이 회담에 참석할 상대방 대표 선정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자국에 비판적인 인물을 은근히 거부하고, 자국의 처지를 이해할 만한 인물을 포함시키려 하기 때문.

미 백악관은 13일 6자회담에 존 볼턴 국무부 차관이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의 언급을 부인하고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클레어 뷰캔 백악관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볼턴 차관의 6자회담 불참이 (그의 회담 참석을 거부한) 북한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냐’는 질문에 “대표단 단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대통령이 곧 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최근 볼턴 차관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흉악한 독재자’라고 비난하자 외무성을 통해 “인간쓰레기와는 상종하지 않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아미티지 부장관이 6자회담에 참석할 뜻이 없다고 밝힌 점을 들어 미국측 회담 대표로는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가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측 협상 대표와 관련해 중국과 북한은 일본 정부 내 대표적 대북(對北) 협상파인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외무성 심의관의 합류를 희망하는 반면 미국은 ‘의심스러운 인물’이라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전했다. 다나카 심의관은 북한과의 막후 접촉을 통해 지난해 9월 북-일 정상회담을 성사시켰지만 이 과정에서 미국을 따돌려 미국측이 껄끄러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측 대표는 한 등급 아래인 야부나카 미토지(藪中三十二)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은 북한측 대표로 김 위원장의 신임이 두터운 강석주(姜錫柱) 외무성 제1부상이, 중국은 왕이(王毅) 외교부 부부장, 러시아는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외무부 차관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회담 대표를 둘러싼 신경전으로 미국과 일본은 각각 차관보와 국장급을 내보내고 한국 북한 중국 러시아는 차관급이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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