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태기/대통령이 '갈등' 푸는길

  • 입력 2003년 8월 5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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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국정토론회에서 언론에 대해 또다시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언론에 대한 노 대통령의 불만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노 대통령이 언론과의 갈등을 푸는 것이 국가의 산적한 다른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은 노 대통령이 언론의 문제점을 거듭 지적하고 나선데 대해 몹시 당혹스러워 하는 눈치다. 또 국민은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자살 사건으로 나라 돌아가는 기류가 심상치 않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당사자아닌 조정자 역할 맡아야 ▼

노 대통령이 언론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갈등의 당사자가 아니라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 대통령은 이러한 생각으로 언론과의 갈등 그 자체를 재해석하는 시간을 가진 다음, 그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갈등과 분쟁을 해결하는 일에 경험을 쌓아 온 필자는 이 같은 갈등의 해결을 위해 몇 가지 수칙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상대방과 직접 대화를 하는 것이다. 언론인들을 직접 상대하지 않고 다른 자리에 가서 언론에 대해 이런저런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오히려 갈등만 심화시킬 뿐이다. 지금이라도 노 대통령은 언론사 언론인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문제가 있다면 이를 풀어 나가는 문제 해결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둘째,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을 자극함으로써 갈등을 증폭시키는 일은 피하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언론이 안고 있는 문제는 누구든 다 알고 있는 것인데 무슨 대화가 필요하겠는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현 단계에서는 대화를 나누기에 너무 거리가 벌어져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화는 입장을 주고받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느끼는 불만이나 기대 등을 털어놓아 서로를 이해하는 데 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철학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고, 언론도 노 대통령의 이해 부족에 대한 섭섭함을 털어놓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 대화를 할 때 자신도 인간이니까 편견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먼저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이것은 말하기는 쉬워도 실천하기는 어렵다. 갈등을 해결하는 데 가장 큰 적은 바로 자기 자신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느냐 여부는 그 사람의 그릇을 말해 준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자신이 경험한 언론의 문제점을 확대시켜 일반화하고 있거나 자신의 경험을 뒷받침하는 편향된 보고에만 눈길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넷째, 상대방을 압박하지 말라는 것이다. 언론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언론이 갖고 있는 제도상의 문제점을 시정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경우 노 대통령이 지적하는 문제점에 대해 언론에서는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 때로는 그러한 이견은 이해관계의 차원을 넘어 가치관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다. 만일 가치관에 차이가 있다면 노 대통령이 갖고 있는 가치관이 일반 국민의 가치관과 일치하는지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상대방의 가치관은 존중하되 상대방이 스스로 바뀌지 않을 수 없도록 제도 개선의 방향을 제시하고 동의를 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불필요한 국력소모 더 없어야 ▼

다섯째, 갈등이 지속될 때 보게 되는 피해를 생각함으로써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잡으라는 것이다. 북한 핵문제, 경기 침체 등 우리가 안팎으로 직면하고 있는 중요한 과제는 정부와 국민의 단합을 요구한다. 언론은 정부와 국민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제 기능인데 노 대통령이 언론에 대해 불신만 계속 제기한다면 언론은 언론대로 부담을 질 수밖에 없지만 국민과 정부도 만만치 않은 부담을 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언론과의 갈등으로 얼마나 국력이 소모되고 있는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분쟁해결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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