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양길승 파문’ 이렇게 처리해서야

  • 입력 2003년 8월 4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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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잘못된 대응으로 양길승 대통령제1부속실장의 향응 의혹을 키우고 있는 듯해 답답하다. 언론보도 이전의 불성실한 대응도 문제지만 언론보도 이후의 미숙하고 일방적인 대응에 더 문제가 많다.

첫째, 경찰이 청주 K나이트클럽 술자리에 노무현 대통령과 절친한 고교 동기생인 정화삼씨가 합석한 사실을 파악했다면 청와대도 알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입을 다물었다면 괜한 억측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술자리 참석자들이 입을 맞춘 듯 정씨의 동석 사실을 부인한 것도 석연치 않다.

둘째, 노 대통령이 이번 파문에 대해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하면서 양 실장의 사표를 아직 수리하지 않은 것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 양 실장 본인마저 “내가 다 잘못한 것이니 사표를 빨리 수리해 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못 살겠다”고 하는데 노 대통령이 고집하는 것은 무리다. 더욱이 언론을 의식해 그러는 것은 감정적 처사로 보일 수 있다. 비리징계와 언론보도는 논리적으로 아무 상관관계가 없지 않은가.

셋째, 청와대가 이번 파문의 초점을 흐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든다. 파문의 발단은 향응인데 자꾸 몰래 카메라 촬영과 폭로 의혹을 강조하려는 듯해서다. “(양 실장이) 억울한지 밝히고 난 뒤 (사표 수리를) 해도 괜찮다”는 노 대통령의 말에도 그런 인식이 깔려있는 것 같다. 그러나 두 가지 사안은 전혀 별개다. 몰래 카메라 촬영과 폭로 경위가 어떻게 밝혀지든 양 실장의 탈선 책임은 가벼워지지 않을 것이다.

청와대는 자체 조사한 향응 진상을 당장 공개하고 검찰에 넘겨야 한다. 미심쩍은 부분은 검찰수사에 맡기면 된다. 특히 몰래 카메라 촬영 및 폭로 경위를 청와대가 조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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