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대선자금 파문]한나라 “상인-주부들 돈거둬 大選 치른셈”

  • 입력 2003년 7월 13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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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게이트 파문이 민주당의 대선자금 불법모금 시비로 번져나가자 한나라당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공격의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은 대선자금 불법모금 시비의 중심 인물이 대부분 노 대통령을 지지했던 민주당 내 주류 인사들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12일 기자들과 만나 “빙산의 일각이 불거져 나왔으며 점점 몸체가 나오게 될 것으로 본다”고 ‘몸통론’을 제기했다.

박진(朴振) 대변인도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의 파장이 민주당의 대선자금 불법모금으로 확대됐고, 문제의 자금은 노 대통령을 당선시키기 위한 용도로 사용된 만큼 노 대통령이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대통령의 직접 해명과 검찰의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노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통해 노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서민 대통령’ 이미지와 현 정권의 도덕성을 뿌리부터 흔들 수 있다는 게 한나라당의 계산이다. 박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결국 굿모닝시티 분양을 받으려는 서민과 중소상인, 가정주부의 돈이 민주당 대선자금으로 사용된 것”이라고 주장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한나라당은 여권이 이번 사건을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의 ‘개인비리’로 희석시키면서 국면 전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당 차원의 진상조사단을 가동해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겠다는 것도 이를 염두에 둔 조치다.

한 고위당직자는 “현재 검찰의 내부 기류가 강경한 만큼 수사가 흐지부지되진 않겠지만 여권이 가만히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의 ‘폭발력’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대여 공세 수준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다. 주요 당직자들의 발언에선 과거처럼 ‘특검 운운’하는 등의 거침없는 표현은 나오지 않았다.최 대표는 “정 대표 발언 이외에 아는 것이 없으니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했고,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도 “좀 더 지켜보자”고만 말했다.

사건의 전모도 모르면서 강경일변도의 공세를 폈다가 혹시 한나라당에까지 불똥이 튀면 퇴로가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검찰 주변에서 야권 인사들의 연루 의혹도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대선자금 기업모금 관련 여권인사 발언
시기인사내용
2003년2월 7일이상수 총장(주간조선 인터뷰)100대 기업관계자들을 만나는 등 직접 뛰어 100억원을 모았다.
3월 7일이상수 총장(기자간담회)대선 때 100대 기업을 다 돌았고 당 후원금 120억원을 모았다.
문석호 대변인(브리핑)모금액은 돼지저금통 모금액 80억원과 지역후원금 6억원 등이 다 포함된 것이다.
5월 28일노무현 대통령(기자회견)대선자금의 절반 이상, 아니 대부분이 돼지저금통 성금에 의해 모였다.
7월 11일정대철 대표(기자간담회)작년 대선 후원금은 돼지저금통 80억원을 제외하고 200억원가량이었다.
이상수 총장(기자간담회)작년 대선 후원금은 돼지저금통을 포함해 140억∼150억원이었다.
정대철 대표(기자간담회)이 총장이 얘기한 140억원이 맞는 것 같다.

▼이상수총장 ‘숫자 꿰맞추기’▼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이 밝힌 대선자금 규모가 수시로 달라지고 있어 사후 ‘숫자 꿰맞추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 총장은 12일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지난 대선 당시 당의 전체 후원금은 150억원가량”이라고 말한 뒤 “이중 돼지저금통 등 국민 성금은 50억원이고 기업 자금과 특별당비 등으로 모두 100억원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총장은 올 3월 기자간담회에서 “100대 기업을 다 돌아 120억원을 거뒀다”고 했다가 파문이 일자 “120억원은 돼지저금통 등을 통한 국민 성금 80억원과 지역 후원금 6억원이 포함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기업 후원금 등은 34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총장의 12일 발언에 따르면 4개월 만에 기업 후원금은 34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늘어나고 돼지저금통 등을 통한 국민 성금은 8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줄어든 셈이다. 이 총장은 3월 발언과 내용이 달라진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특히 돼지저금통 등을 통해 모금한 국민 성금에 대한 이 총장의 이번 설명(50억원)은 민주당이 올 3월 발간한 대선백서에서 “지난해 대선 당시 돼지저금통 등을 통한 국민 성금 모금에 총 20만명이 참여해 72억원을 넘어섰다”고 밝힌 것과도 22억원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선 직전인 지난해 12월 18일 민주당이 공식발표한 희망돼지저금통의 성금액은 67억원이었다. 120만개의 돼지저금통을 전국에 뿌려 3만개를 모은 결과라는 주장이었다.

결국 돼지저금통 모금액은 67억원→80억원→50억원으로 고무줄처럼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해 당직자들마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이 총장은 이에 앞서 11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대선 당시 돼지저금통을 포함해 140억∼150억원을 모았다”고 말해 “돼지저금통 등 국민 성금 80억원과 지역 후원금 6억원, (그리고 기업 후원금)을 포함한 액수가 120억원”이라는 3월의 설명과도 차이를 보였다.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애초 돼지저금통 모금 실적을 과장하고 기업체 모금 액수를 축소하려다 보니 숫자가 계속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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