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中 공동성명 후유증 걱정된다

  • 입력 2003년 7월 9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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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밤늦게 발표된 한중 공동성명은 국빈방문의 결과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실망스러운 내용을 담고 있다. 양국은 북핵 문제 등 핵심 현안을 풀기 위한 진전된 해법은 찾지 못하고 대신 견해차가 심각하다는 것을 양국 공동명의의 문서로 확인하고 말았다. 11개항의 공동성명에는 양국간 교류와 협력 강화 등 긍정적인 내용이 담겨 있기는 하지만 의견 대립을 덮기에는 역부족이다.

공동성명의 주역인 노무현 대통령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당사자간 대화가 다시 시작돼야 한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논란이 빚어지자 해명성 설명을 했다. 적어도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중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한 기대는 접고 후유증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공동성명의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한미 한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확대다자회담을 관철하지 못하고 오히려 ‘북한의 안보 우려가 해소돼야 한다’는 중국의 주장을 명시한 것이다. 북한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미일은 한국을 불신하게 될 것 같아 걱정이다. 대만에 관한 언급도 두고두고 우리 외교를 제한하는 족쇄가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중국의 입장을 수용할 바에는 탈북자 문제 등을 거론해 최소한 ‘주고받기’라도 했어야 옳다.

외교력의 차이, 국력의 차이라며 주저앉기에는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 당장 미국과 일본에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가장 큰 책임은 노 대통령에게 있다. 상대가 달라지면 발언도 합의도 달라진다는 국제적 불신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한미 한일 정상회담에 이어 다시 정상회담으로 인한 혼란에 직면한 국민의 당혹감을 풀어줄 책임도 노 대통령에게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네 번째의 정상회담이었던 만큼 이제는 정부의 잘못을 업무 미숙이 아니라 능력 부족으로 판단할 때가 됐다. 정상회담 후 28시간이나 지나 심야에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이상한 일은 한 번으로 족하다. 노 대통령을 비롯한 관계자 전원이 정상회담의 전 과정을 되돌아보고 통절하게 반성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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