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부 100일]高총리 "先행동-後대화 관행 반드시 없앨것"

입력 2003-06-03 18:51수정 2009-10-1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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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국무총리는 2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내각을 확실히 장악하고, 탈법적인 집단행동에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박영대기자
고건(高建) 국무총리는 참여정부의 첫 100일은 한꺼번에 표출된 해묵은 갈등을 해결하는 정부의 시스템 부재 때문에 해결과정이 다소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그동안 워밍업을 끝냈으니 제대로 뛰겠다”고 밝힌 뒤 “장관의 해임건의 등 헌법이 정한 총리의 권한을 실제로 보여주겠다”며 내각 장악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인터뷰는 2일 저녁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3시간가량 진행됐다(마지막 두 가지 문답은 3일 총리공관에서 열린 출입기자 오찬 간담회 내용이다).

―참여정부 100일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당초 약속했던 책임총리, 실세총리 역할을 충실히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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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간 미흡한 점이 있었을 것이지만, 5년 임기를 놓고 보면 그동안은 마라톤을 위해 신발 끈을 동여매는 워밍업 기간이었다. 물론 잘못한 점이 있으면 신발 끈을 고쳐 매야 한다. 나는 실세총리, 책임총리가 되겠다고 밝힌 적은 없다. 굳이 책임총리라고 하면 헌법이 규정한 각료제청권 등 권한을 실제로 행사하고, 책임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무위원 임명제청권은 물론이고 앞으로는 필요한 경우 해임건의도 반드시 하겠다. 어떤 경우가 필요한 경우냐고 묻는다면 ‘앞으로 실제로 보여 주겠다’고 답하겠다. 하지만 윤덕홍(尹德弘) 교육부총리는 교육부 현안해결이 더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이익집단의 요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어떻게 조정하겠는가.

“총리 주재로 해당 장관, 청와대 비서실장, 관계 수석비서관이 참여하는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를 수,토요일 주 2회 정례적으로 열겠다. 지난 주말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해법을 최종 결정한 것도 이 같은 정책조정을 거친 것이다. 지난 100일간은 정부의 갈등조정 기능이 시스템화하지 못해 수십년간 묵은 갈등을 처리하지 못했다. 다만, 선(先)행동―후(後)대화 관행은 반드시 바꾸도록 하겠다.”

―‘행정의 달인’이라는 고 총리가 국정혼란을 맞아 자기 색깔을 더 내야하는 것 아닌가.

“어떤 건축가가 신문칼럼을 통해 ‘총리가 악역을 맡으라’고 쓴 것을 봤다. 총리가 주도하는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가 뿌리내리도록 하겠다. 앞으로 (내각에 대해) 인기 없는 악역, 시어머니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

―화물연대 파업도 건설교통부 행정자치부 등 부처별 혼선이 극심해 대처가 늦었고, ‘울면 떡 하나 더 준다’는 선례를 남겼다는 평가가 있다.

“최선은 아니지만, 불가피한 차선이었다. 과거정부가 구조적 문제점을 진작 해소했어야 했다는 점에서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 이 문제를 놓고 3월30일 이후 정부와 화물연대측이 3차례 협의를 했다. 협의 도중엔 집단행동을 않는다는 약속을 화물연대가 저버렸다. 그렇더라도 5월2일 현장의 집단행동 가능성을 경시한 것은 정부 잘못이다.”

―NEIS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행정의 관점에서 볼 때 무엇이 문제인가.

“세계 최고수준인 한국의 행정정보화 작업 가운데 정보화와 사생활 보호 사이의 합리적인 경계선을 사회적 합의로 긋지 못했다. 또 교단의 (교총과 전교조 사이의) 갈등 구조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동안 잘 처리한 것이 있다고 하면….

“한국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없는 나라다. 총리실에서 발생 초기부터 꾸준히 관리했다. 매일 중국에서 7000명이나 입국했지만, 끝까지 추적하며 사후관리를 한 결과다. 또 갈등을 빚던 4·3 사태 진상보고서 채택도 무리없이 처리했다.”

―총리 재임기간 동안 추진하고 싶은 정책목표는….

“6년전 김영삼(金泳三) 대통령 시절 총리로서 규제개혁기본법을 제정했다. 그동안 양적으로는 규제를 절반으로 줄였다. 앞으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2단계 규제개혁을 실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올리겠다. 홍콩 싱가포르 등 경쟁국을 벤치마킹하겠다.”

―행정개혁도 얘기가 되고 있는데….

“행정개혁하면 보통 조직개편을 생각하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 서비스에 대한 국민평가제를 실시하겠다.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고객인 시민을 대상으로 갤럽과 같은 여론조사기관이 만족도를 조사하도록 한 경험이 있다. 소방서끼리, 세무서끼리 경쟁시켰더니 금방 달라졌다. 1년 내에 이 제도를 도입하겠다.”

―부패척결을 위해서는 무엇을 바꿔야 하나.

“미국 벤저민 프랭클린 대통령은 ‘햇볕은 최고의 살균제’라고 했다. 인허가 및 이권관련 민원행정을 일상적인 국민감시에 두도록 하면 된다. 서울시장 시절 단란주점 허가신청 진행과정을 인터넷에 모두 올렸고,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로 그 결과를 알려줬다. 공무원이 서류를 서랍에 넣고 시간을 끌 일도 없고, 급행료도 없어졌다. 또 잘못하면 반드시 적발해서처벌한다는 백벌백계(百罰百戒)가 필요하다. 외국에도 부패에 대한 ‘불관용’이란 뜻으로 ‘제로 톨러런스(zero tolerance)’라는 표현이 있다.”

―새만금 개발을 놓고 전라북도 공무원 1만여명이 ‘개발 중단하면 정권퇴진운동한다’고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새만금 개발을 위한 신구상기획단을 구성해 여론을 수렴하면서 처리하겠다. 다만, 불법적인 집단행동엔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겠다.”

―미국이 국방비 증액을 요구했는데….

“국민의 정부 5년간 매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어 지금은 2.7%선이다. 최소한 3%는 넘어야 하고, 내년 예산부터 반영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리=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만난사람=심규선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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