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盧, 취임 100일도 안돼 정치적 생명 걸고 분투"

  • 입력 2003년 5월 30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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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취임한 지 석 달도 되지 않아 정치적 생명을 걸고 분투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 타임스가 3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노 대통령이 부동산 및 사업 문제를 둘러싼 스캔들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급조된’ 기자회견에서 “소모적 논쟁으로 국력을 낭비하지 말자”는 ‘이례적인 간청’을 했지만 논쟁이 끝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뉴욕 타임스는 “노 대통령이 직면한 재난은 어떤 정치인도 주춤하게 할 만한 것”이라며 정치 분석가들의 말을 인용해 “부패스캔들이 규명되지는 않았더라도 (노 대통령과 같이) 정의의 수호자, 보통사람의 대표자로 각인돼 온 정치인에게는 치명적”이라고 분석했다.

또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발언은 많은 한국인을 불안하게 했으며 최근 들어서는 노 대통령에게 투표한 사람들까지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노 대통령은 최근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미국 방문으로 외교적 승리나 정치적 수완가로서의 명성을 얻을 수 있었지만 선거공약인 ‘자주외교’와 상반된다는 좌파학생들의 비난을 사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됐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게다가 그는 형의 이름을 빌려 부동산에 투자하고 생수회사의 이익을 위해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는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는 이유를 한국의 정치 사회 환경 속에서 찾는 분석가들의 논평을 인용했다.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전기를 쓴 한국전문가 마이클 브린은 “노 대통령이 한국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4번째 대통령이지만 한국인들은 더 이상 대통령을 두려워하지 않고,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말할 수 있으며 더 이상 감시를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 도중 노 대통령 캠프에서 외교정책자문관을 지낸 벤 림은 “한국인들이 깨닫는 것 이상으로 민주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모든 부문에서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림씨는 “아무리 준비됐다고 하더라도 아직 대통령직은 어떤 정치지도자에게나 새로운 과제”라고 덧붙였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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