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수사-기강잡기 원치않아" 사정당국-부방위 당혹

  • 입력 2003년 5월 19일 18시 50분


코멘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8일 ‘신정부 초기증후군’을 언급하면서 새 정부 출범 후 청와대와 검찰의 ‘몰아치기식’ 사정을 비판한 것을 계기로 대통령과 정부, 청와대 참모간에 공직자 기강 바로잡기에 대한 인식에 온도차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은 전날 전남대 특강에서 “정권이 바뀌면 전 정부에서 일하던 사람들을 다 조사해 잡아넣고, 청와대가 나서서 소위 ‘사정’이라고 해서 공직자들의 기강을 잡느라고 골프 얘기가 나오고, 미국에서 돌아오니까 이것이 우리 정부에서 화제가 돼있더라”며 “그러나 이런 것을 나는 바라지 않는다”라고 잘라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청와대에서 공직자 윤리, 무슨 강령이나 만들어 가지고 공무원한테 천편일률적으로 무얼 하라고 하려는 생각이 사실 없다”며 “부패방지위원회에서 윤리규정을 만들어 각 부처에 권고했지만 부처 내 토론이 별로 없어 놀랍게도 내가 당황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같은 노 대통령의 뜻밖의 반응에 공직기강 확립에 주력해온 청와대 핵심 참모들과 부방위 등 정부 부처는 적지 않게 당황하고 있다.

접대골프 사정만 해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일벌백계(一罰百戒) 사례로 엄중하게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워놓았던 사안.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만약 이번에 문제의 고위 공직자들이 실제로 골프접대를 받았다면 주도한 사람은 옷을 벗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새 정부 들어 공직자 윤리강령 제정 작업에 몰두했던 부방위도 대통령 발언의 진의를 파악하는 데 촉각을 곤두세웠다. 부방위 관계자는 “공청회를 여러 번 거쳤고 3월에 대통령 업무보고까지 마친 사안인데 느닷없이 이런 발언을 해 당혹스럽다”며 “공직자 윤리강령은 전문가 검토회의를 10차례 했고 공개토론회도 2번 했으며, 정부안이 나온 뒤 88개 정부 부처 의견을 수렴한 것인데 대통령이 뭔가 착각을 일으킨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핵심 참모는 “5공화국과 6공화국, YS, DJ 등 역대정부 초기의 의도된 사정이 모두 실패였다는 점을 대통령이 특별히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대통령 발언이 검찰의 강도 높은 정치인 수사를 특별히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은 아니다”고 말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