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세계]美제공 '핵우산' 이란

  • 입력 2003년 5월 8일 18시 11분


북한이 지난달 23∼25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북한 미국 중국 3자회담에서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데 이어 영변 핵시설의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을 가동하는 듯한 일부 징후를 보임에 따라 북한의 핵무장이 현실화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안보 현안으로 대두하고 있다.

재래식 군사력으론 핵무기에 대응할 수 없으므로 북한의 핵무기에 맞서기 위해선 불가피하게 이에 상응하는 핵 억지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한국은 1991년 북한과의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을 통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겠다고 천명했으므로 유사시엔 전적으로 미국의 핵 억지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부장관은 지난해 12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서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과 ‘핵우산(nuclear umbrella)’ 제공을 재확인한 바 있다. 이는 미국의 핵무기로 한국의 안보를 보장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과연 어떻게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할 것인가.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해 수립한 ‘작전계획 5027’ 등은 극비여서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미국의 막강한 핵 전력이 북한의 핵 도발을 강력히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핵 전쟁이 발발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선 미국이 즉각 보복에 나서리라는 추론은 가능하다.

미국의 비영리 민간연구소인 국방정보센터(CDI)는 미국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는 사거리가 길고, 파괴력이 큰 전략핵무기 8855기와 상대적으로 소형인 전술핵무기 1600기 등 모두 1만455기로 추정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취임 후 핵 보유 현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그 규모에 놀라움을 표명했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이 가운데 어느 정도가 한반도 주변에 배치돼 있는지는 공개돼 있지 않다. 미 국방부의 한 당국자는 6일 이에 관한 본보의 문의에 “핵무기 보유 실태에 관해선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것이 미국의 공식 입장”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군사전문가들은 미국이 한국에 제공할 핵우산은 핵 잠수함으로 운반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한 군사전문가는 “핵무기 운반 수단으론 지상 발사 탄도 미사일과 B2, B52H 등 전폭기, 잠수함 등이 있으나 점차 잠수함의 중요성이 커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실제로 미국은 99년 6월 서해교전 직후에도 미 제7함대 소속의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을 한국 해역에 배치한 바 있다. 이 잠수함은 사거리가 1만200㎞인 트라이던트 핵탄두 미사일을 24기까지 탑재할 수 있다

.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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