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김원기-정대철, 盧와 담판할까

  • 입력 2003년 5월 4일 18시 41분


코멘트
민주당 내 신주류의 ‘친 노무현(盧武鉉)’ 개혁파 핵심인사들이 민주당 이탈, 외부 신당창당 방침을 굳히면서 민주당 신주류의 좌장인 김원기(金元基) 고문과 정대철(鄭大哲)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김 고문 등은 이해찬(李海瓚) 정동영(鄭東泳) 천정배(千正培) 신기남(辛基南) 이호웅(李浩雄) 의원 등 강경 신당추진파에 대해 “당 분열은 안 된다”며 당내 여러 세력을 포용하는 통합신당으로 갈 것을 설득해 왔다.

김 고문 등이 그동안 신당 자체에 부정적이던 동교동계의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 정균환(鄭均桓) 총무 등과도 만나 신당의 불가피성을 설명한 것도 ‘당 외부 개혁신당’을 고집하는 친노 개혁파 핵심부를 설득하기 위한 대안(代案) 제시의 성격이 강했다는 얘기다.

3일에는 김상현(金相賢) 김근태(金槿泰) 고문 등 ‘범주류’ 중진 6인 회동을 통해 통합신당론과 개혁신당론을 절충해 ‘개혁적 통합신당’이라는 조정안을 내기도 했으나 친노 개혁파 핵심부는 “시간 끌기밖에 안 된다”며 일축했다.

신당추진을 둘러싼 민주당 내의 상황이 이처럼 양자택일을 할 수밖에 없게 되자 김 고문과 정 대표 주변에서는 “이제는 노 대통령과 담판을 해야 할 시기가 온 것 아니냐”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김 고문과 가까운 한 의원은 “친노 개혁파 핵심부의 움직임으로 볼 때 민주당의 분열을 감수하고라도 다당제 정계개편으로 가겠다는 노 대통령의 의중이 확고한 것 같다”며 “이제 김 고문은 이를 수용해야 할지, 아니면 거부해야 할지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의원은 “김 고문은 노 대통령의 ‘정치 스승’이라고 하지만 현 정부 출범 후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해 왔다”며 “이런 문제들 전반에 대해 노 대통령과 만나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 대표도 비슷한 처지에서 노 대통령에 대해 모종의 ‘승부수’를 준비 중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정 대표의 한 측근은 “정 대표는 외부 신당을 하더라도 호남기득권층과 구정치 이미지가 강한 몇몇 의원을 제외하고는 대다수를 포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7일 청와대 회동에서 이에 대한 진지한 얘기가 오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