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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5월 1일 19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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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율규제는 편파 시비 불러=신문협회는 전국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상시적인 시장 감시 활동을 펴고 있다. 올해 2, 3월간 신문협회는 회원사로부터 모두 7억원가량의 위약금을 접수받았다. 이러한 자정활동 결과 경품 관련 위반건수는 지난해 월 평균 44건에서 올 1월은 9건, 2월은 7건으로 격감하고 있다.
반면 공정위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직권조사만 가능할 뿐 상시적인 신문시장의 지도감독 인력의 여력이 없다. 신문협회 임철수 기획부장은 “신문고시 ‘자율규제 우선’ 조항이 없어지면 ‘이중 규제’ 논란 때문에 협회 차원의 공정경쟁 활동의 상시 감시 및 제재기능이 사라지게 된다”며 “대신 상시 지도감독 여력이 없는 공정위가 선별 직권조사를 할 수밖에 없어 편파조사와 표적조사 시비를 불러일으키는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2001년 ‘신문협회 자율우선 원칙’을 담은 신문고시 제11조를 제정할 당시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해 심사했다. 당시에는 법리상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던 강 위원장이 올해 들어 ‘자율규제 원칙’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 신문협회의 의견이다.
한국외국어대 김우룡(金寓龍) 교수는 “올해 언론계 자율 정화의 성과가 가시화되는 시점에 굳이 정부가 직접 규제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많은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언론 자유의 기본은 자유시장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신문고시’는 무가지와 경품제공을 유료대금의 20%로 하며, 신문구독 사절 후 7일 이상 강제 투입하지 말 것 등을 담고 있다. 부당내부거래, 지국에 대한 지원이나 시장지배적 남용 등에 대한 포괄적인 규제조항도 포함돼 있으며, 위반할 때에는 과징금 부과, 형사고발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신문고시는 정부의 언론 간섭=학자들은 신문고시 개정이 정부가 언론시장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줌으로써 언론에 대한 정권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조용중(趙庸中) 전 한국ABC협회장은 “현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메이저 신문의 시장점유율을 낮춘다든지, 마이너 신문들의 공동배달제를 지원하는 등 정부의 인위적 ‘신문시장 개편’ 정책을 밝혀 왔다”며 “신문고시 개정은 이러한 정부정책의 큰 무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고시 개정이 브리핑제 실시, 사무실 취재 금지, 취재정보 공평분배, 특종 정보제공 금지 등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하는 노무현 정부의 언론정책과 연관시키는 분석도 제기됐다.
대구대 경제무역학부 전용덕(田溶德) 교수는 “요즘 백화점에선 자동차, 아파트 경품도 제공하는데 경품도 하나의 경쟁의 방법이기 때문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며 “현 정부의 언론정책은 언론사들의 경쟁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고 하는데 경쟁이 사라진 업종은 전반적으로 수준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 신문고시 쟁점 | ||
| 공정위 안 | 신문협회 안 | 규제개혁위 경제1분과 절충안 |
| ○공정거래위가 신문시장의 불공정행위에 직접 개입할 수 있도록 신문고시 제11조 ‘신문협회 우선처리 조항’ 삭제 | ○언론의 독립성과 자유시장경쟁체제의 유지를 위해 법적 규제 최소화 ○96년 신문고시 제정 이후 지속돼 온 신문시장 ‘자율관리 우선원칙’ 유지 | ○신문고시 제11조 ‘신문협회 우선처리 조항’ 삭제 단 △고시위반으로 신고된 신문사가 과거 제재를 받지 않은 경우 △법 위반 내용이 일부지역, 소액인 경우 △기타 공정위가 신문협회와 협의한 경우는 예외로 함 |
▼美-日서도 신문시장 개입하나▼
▽미국=언론의 자유가 굳건하게 자리잡은 미국에선 정부가 법규나 정책을 통해 언론을 통제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 신문과 방송은 광고수입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신문의 경우 판촉활동을 위한 무가지 배포가 많지만 이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규제하지는 않는다.
미국에서는 1940년대 상업적 이익을 지나치게 추구하는 신문들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돼 언론자유와 책임을 조사하기 위한 ‘허친스 위원회’가 구성돼 정부규제와 자율규제 등을 중점 연구하고 보고서를 제출했으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어떠한 제안도 채택되지 않았다. 당시 위원회는 미국 최고 석학 13명으로 구성되었고 정부 당국자는 관계하지 않았다.
▽일본=2000년 현재 일본의 신문보급률은 가구당 1.12부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신문시장이 이처럼 포화상태에 이르자 아사히 요미우리 마이니치 등 유력 신문사들은 경품을 제공하면서 구독을 권유하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신문업계의 과당경쟁을 이유로 직접 개입한 사례는 거의 없다. 판매 광고 등 신문사의 경영에 관한 사항은 기본적으로 업계 자율에 맡기는 것이 상식처럼 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신문이 갖는 공적 기능을 감안해 특정 신문이 지역과 상대에 따라 가격을 달리 하는 ‘차별정가제’는 금지하고 있다. 이는 자본이 풍부한 대형 신문사가 가격을 할인해 시장을 장악하면 소규모 신문사의 생존이 어려워져 ‘사상의 자유로운 유통’을 위협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문 공동판매제도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부터 약 10년간 실시됐지만 신문용지와 구독료에 관한 통제가 풀리면서 1951년부터는 각 신문이 독자적인 보급망을 갖추고 판매하고 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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