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국정과제 이렇게 본다]公共구조조정 得失 따져야

  • 입력 2003년 3월 2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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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구조조정 노동자참여▼

새 정부가 노동자대표들과 사전 협의를 통해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주요 쟁점들을 해결하는 ‘탈(脫)갈등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한 것은 적절한 정책방향으로 볼 수 있다.

과거 공공부문 구조개혁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바람에 노동계의 반발을 초래했다. 2001년 한국통신 파업, 2002년 발전노조를 비롯한 철도 가스공사 노조의 연대파업 등이 그 예다.

노동자의 참여는 노사정위원회에 설치한 ‘공공부문 특별위원회’를 통해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처럼 구조개혁의 원칙과 방향만을 협의하는 수준이 돼서는 안 되며 구조조정 추진 내용에 대한 실질적인 정책협의를 해야 한다.

이점에서 해당 공기업별로 노사대표와 공익전문가로 구성된 ‘구조개혁추진위’를 설치해 구조조정의 세부계획 수립단계부터 협의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구조개혁에 노동자대표의 참여를 보장할 경우 공공부문의 경직된 고용관행을 혁신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은 여전히 과제다.

이병훈·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

▼과세기준 현실화▼

새 정부는 부동산 관련 세금인 재산세(건물)와 종합토지세(토지)의 과세기준을 현실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시가의 30%선에 머문 과표를 올리겠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연 3%씩 올린다’는 방침만 알려져 있다.

이것이 매년 3%의 과표를 올린다는 뜻이라면 세 부담 증가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3%’가 공시지가 대비 과표 현실화율을 현재의 30% 수준에서 매년 3%포인트씩 올리는 것을 의미한다면 상황은 다르다.

이 경우 연간 세부담 증가율이 6∼7%에 달해 납세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땅부자 및 고급주택 소유자는 세금이 현재보다 2배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

관건은 부동산의 시장가격 변화다. ‘땅값 상승기’에선 과표현실화가 별 문제 없겠지만 ‘땅값 안정기’에는 조세저항이 커져 사회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90년대 토지공개념 도입 후 첫 5년간은 매년 과표를 올렸지만 96년 조세저항을 견디지 못하고 전면 중단한 적이 있다.

노영훈·한국조세연구원·조세정책

▼호주제 폐지▼

인수위는 호주제 폐지를 위해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폐지 이후의 대안까지 검토한다는 안을 발표했다.

호주제가 폐지될 경우 우리 사회가 부계 혈통의 남성중심사회에서 양성(兩性) 평등의 사회로 나아간다는 상징성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여러 가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우선 편모 가정의 어린 아들이 어머니의 보호자가 되는 법적 모순을 해소할 수 있다. 또 여성이 결혼하는 것이 ‘시집가서’ 남편의 가계에 편입되는 것이 아니라 남편과 동등하게 더불어 새로운 세대를 이루는 것이란 관념이 정착될 것이다. 호주제 폐지는 남아선호사상을 약화시키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호주제 폐지의 관건은 가부장적인 남성들을 어떻게 설득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호주제는 현재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이 제기돼 있는 상태이다. 헌재에서 합헌 판결이 날 경우 국회가 스스로 법률을 개정해야 호주제 폐지가 가능한데, 그 가능성은 미지수이다. 많은 남성들이 호주제 폐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경애 동덕여대교수·여성학

▼지방이양 일괄법▼

새 정부는 지방분권의 획기적 추진을 위해 ‘지방이양 일괄법’을 제정키로 했다.

이 법이 제정되면 외교 국방 사법 등 국가 존립에 필요한 사무와 전국적 통일을 요하는 사무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정부 업무가 지방사무로 규정된다.

법안에 따르면 구분이 애매한 중간 영역의 업무는 일단 지방사무로 규정하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기능과 권한을 획기적으로 지방에 이양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정부의 사무를 규정한 3353개의 관련 법령을 일일이 찾아 중앙정부사무와 지방사무를 구분한 뒤 개별 법령의 개정을 통해 지방사무로 이전해야 하는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다. ‘지방이양일괄법’은 이러한 문제점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사무를 지방으로 대폭 이양한다 하더라도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의 사무 중복으로 인한 국민 불편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또한 지방으로 사무 이전을 한 뒤 이에 필요한 재정지원을 하지 않을 경우 행정지연 등의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

이종수·한성대 교수·행정학

▼여성-장애인 차별 시정▼

여성과 장애인 및 지방대학 졸업생을 채용하는 민간업체 등에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의 입찰 우선권을 주는 것과 같은 적극적 차별 시정조치(affirmative action)를 도입키로 한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기존의 차별시정조치인 할당제(채용목표제) 등을 포기하거나 약화시키려는 의도라면 문제가 있다. 할당제는 차별 해소를 위한 가장 유력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할당제가 이제까지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은 적용 범위와 규모가 작고 적극적인 실행 의지도 약했기 때문이다. 고용주는 할당제를 지키지 않아도 약간의 벌금만 내면 되기 때문에 장애인 등을 고용하기보다는 차라리 벌금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벌금액을 대폭 올려야 한다.

정부가 차별 방지에 솔선수범하고 이를 엄격히 준수하도록 감독하는 강력한 법집행 의지를 보여야 한다. 나아가 정부는 여성과 장애인, 그리고 지방주민에게 적합한 고용 기회를 창출하는 일에도 직접 나서야 한다.

이영환·성공회대 교수·사회복지학

▼현금 영수증 카드제▼

새 정부가 장기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현금영수증카드제’는 소비자가 현금으로 물건을 살 때 영수증을 받은 뒤 연말정산 때 제출하면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 제도다.

업소에 설치한 단말기로 고객이 영수증 카드를 사용할 경우 영수증이 발급되고, 이때 매출규모가 실(實)시간으로 국세청에 통보된다.

이 제도는 현금 거래가 많은 학원, 병원, 변호사·회계사 및 도·소매업자의 세원(稅源) 발굴을 위한 것이다. 현재 당국은 민간부문의 현금거래 규모가 연간 신용카드 신용판매액과 비슷한 250조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징세 편의주의’란 비판이 있지만, 소득공제와 복권을 통한 상금지급이란 유인책이 강점이다.

연간 3000만원 소득자가 카드로 500만원을 쓰고, 병원 음식점 학원 등에서 현금으로 500만원을 쓴다고 가정할 경우, 200만∼250만원의 소득세 중 신용카드 공제에 따른 4만원 외에, 현금영수증카드 공제로 4만원 정도를 추가로 돌려받을 수 있다.

현진권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원·조세정책

▼불공정거래 고발권 확대▼

새 정부가 ‘불공정거래에 대한 수사기관 고발은 공정거래위원회만이 할 수 있다’는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시민단체 소비자단체도 고발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키로 한 것은 그 의미가 크다.

현재 공정거래법은 공정거래 위반 행위에 따른 피해자가 고발할 수 있는 길을 제한하는 바람에 공정거래 관행의 활성화 및 피해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쉽지 않았다. 또 공정위는 그동안 형사고발에 대해 소극적이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2003년 말까지’로 정했던 공정위의 계좌추적권 시한연장은 현재까지의 효과를 검증한 뒤 결정해야 한다. 또 공정위 직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것도 역시 신중해야 한다.

공정위는 현재 위원장 부위원장 상임위원 비(非)상임위원 등과 같은 수직적 위계조직으로 구성돼 있어서 위원 개개인이 독립적으로 소신 있는 심결을 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부위원장 및 비상임위원제를 폐지하고 위원장과 위원으로만 구성되는 수평조직으로 일원화시켜야 한다.

최정표 건국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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