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어줘 고맙구나"…남측 이산가족 육로이용 北서 첫 상봉

  • 입력 2003년 2월 20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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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제6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가한 남측 이산가족 중 최고령자인 장수천 할머니(97)가 53년 만에 만난 북의 딸 양영애씨(71)의 손을 잡으며 오열하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20일 제6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가한 남측 이산가족 중 최고령자인 장수천 할머니(97)가 53년 만에 만난 북의 딸 양영애씨(71)의 손을 잡으며 오열하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제6차 이산가족 상봉에 참가한 남측 이산가족 461명은 20일 동해선 임시도로를 이용해 방북, 금강산 온정각 휴게소에서 북측 가족 99명과 상봉했다. 이산가족 상봉단이 도로를 이용해 북측으로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측 이산가족 중 최고령자인 장수천 할머니(97)는 53년 만에 만난 북의 딸 양영애씨(71)의 손을 꼭 잡은 채 “살아 있어줘 고맙다”며 눈물을 흘렸다.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에 의지해 금강산에 온 남측의 이임노씨(77·여)는 북측 남편 김경수씨(77)에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씨와 함께 방북한 딸 영옥(54) 영신씨(52)는 “아버지”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흐느꼈다.

전쟁 당시 의용군으로 북에 간 이은택씨(73)의 남쪽 어머니 박준록 할머니(95)는 거동이 불편해 상봉장에 오지 못했다. 이씨의 어머니는 그 대신 녹화한 화면을 보냈고, 이씨는 반평생 자신을 기다린 어머니가 화면에서 “잘 살아달라”고 말하는 모습을 본 뒤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권오건씨(74)도 남쪽 어머니가 96년 사망하기 직전에 녹화했던 모습을 비디오를 통해 보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이산가족들은 이날 단체상봉에 이어 21일 오전에는 개별상봉을 할 예정이다. 남측 이산가족은 22일 작별상봉을 마친 뒤 귀환하며, 이날 두 번째 남측 이산가족 100명이 방북해 북측의 친지들을 만난다.

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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