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현대상선 자금, 사법심사는 부적절"

  • 입력 2003년 1월 30일 17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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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30일 “현대상선의 일부 자금이 남북경제협력사업에 사용된 것이라면 앞으로 남북관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국가의 장래 이익을 위해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이날 이종남(李種南) 감사원장에게서 현대상선의 ‘4000억원 대북 지원 의혹’에 대한 감사 결과를 보고 받은 뒤 이같이 말했다고 박선숙(朴仙淑)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이 전했다.

김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현대의 대북 송금 의혹을 인정한 것이어서 정치적 논란은 물론 법적 책임 공방이 예상된다. 감사원은 이날 현대상선이 북한에 보낸 돈은 2235억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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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을 준비해야 하는 남북관계의 특수한 처지는 통치권자인 제게 수많은 어려운 결단을 요구해 왔다”며 “나는 남북간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에서 전쟁을 방지하는 것이 국가 최우선의 과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개성공단사업을 비롯한 현대의 철도 통신 관광 등 7대 사업은 민간차원의 경제협력사업이기는 하나 남북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돼 온 것이 사실이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이 문제로 인해 남북관계의 좌절이나 이미 확보한 사업권의 파기 등 평화와 국익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철도·도로 연결사업,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협력사업에도 차질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박 수석은 “청와대와 무관하다는 기존 입장과 어떤 차이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말씀으로 갈음하겠다”며 더 이상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한편 감사원은 이날 현대상선이 추가로 제출한 대출금 사용 내용을 감사한 결과 2000년 6월 7일 대출 받은 일시당좌대월 4000억원 중 1000억원은 현대건설의 기업어음 매입자금으로, 765억원은 현대상선의 기업어음 등 상환자금으로, 나머지 2235억원은 대북관련 사업자금으로 각각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또 2000년 5월 18일 대출 받은 일시당좌대월 1000억원은 전액 운항경비로 지급하거나 단기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현대는 2235억원을 ‘북한 개성공단 사업비’ 명목으로 지출했으며 △공단 조차비 △토지기반공사 조성비 △공단 시설공사비 등에 사용했다고 감사원에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현대가 산업은행에서 대출 받은 돈의 사용처를 해명함에 따라 당초 방침을 바꿔 현대상선 관계자들을 고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감사원 손승태(孫承泰) 제1사무차장은 또 “(개성공단) 약정합의서는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과 송호경(宋浩景) 북한 아태평화위 부위원장간에 체결된 것으로 안다”며 “대북 송금 관계는 계좌추적 권한이 없어 감사로는 밝힐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한나라 반박"사법심사 대상 판정 대통령 언급은 잘못"▼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 대표권한대행은 현대상선의 대북지원과 관련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 문제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느냐 안 되느냐는 사직당국의 수사결과에 따라 결정할 일이지, 대통령이 미리 범죄의 가부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말했다.

박 대행은 “김 대통령이 현대의 대북송금이 범죄가 안 된다고 말한 건지, 범죄이긴 하지만 처벌해선 안 된다는 것인지를 우선 명확히 해야 한다”며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김 대통령이 그런 사실을 알고도 국민에게 말하지 않은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감사보고를 받고 알게 된 것인지를 밝히는 일이다”고 덧붙였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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