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北에 2240억원 보냈다

  • 입력 2003년 1월 30일 01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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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억원 대북 지원 의혹’과 관련해 현대상선이 2000년 6월15일 남북정상회담 직전 2240억원을 북한에 송금한 것으로 밝혀져 검찰수사는 물론 앞으로의 남북관계 및 정국 전반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29일 “현대상선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기 1주일 전인 2000년 6월7일 산업은행으로부터 긴급 운영자금으로 대출받은 4000억원 가운데 2240억원(당시 환율 1100원 적용시 2억달러 상당)을 북한에 송금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4000억원 대북지원 의혹에 대해 관계기관에 확인한 결과 당시 생존해 있었던 정주영(鄭周永)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및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등이 대북 송금을 주도했고 국가정보원은 ‘송금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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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당시 현대상선은 4000억원 가운데 1760억원을 계열사 자금운용에 사용하고, 나머지 2240억원은 국정원을 주축으로 한 정부측의 협조 아래 현대 해외지사를 통해 북한에 송금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북송금은 당시 남북정상회담 실현을 위해 북측과 접촉 중이던 청와대 국정원 등 정부 당국과 각종 대북 사업의 독점적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던 현대측의 공조 아래 이루어진 것”이라며 “당시 대북관계를 주도한 핵심인사는 국정원장이었던 임동원(林東源)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 등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이 이 문제를 현 정권의 ‘3대 의혹’ 가운데 하나로 규정하며 국정조사와 특검 수사 등을 요구해온 가운데 현대의 대북송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감사원의 산업은행 감사와 검찰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또 국정원이 대북송금 과정에 편의를 제공한 만큼 청와대의 사전 인지 여부 등을 놓고 야당이 현 정권에 대해 강도 높은 공세를 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와 관련,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는 최근 이 문제를 ‘국민적 의혹’의 하나로 규정하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또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는 15일 “내가 아는 김 대통령의 성격으로 볼 때 그런 것(돈 주는 것)을 엄청 싫어하는 그가 한 것은 아니라고 믿지만, 만일 통치권 차원의 일이었다면 ‘통치행위였다’고 대국민선언을 하든지, 고백을 하든지 하고 덮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현대상선 등을 상대로 대북 송금 여부 등을 감사 중인 감사원은 4000억원 중 1760억원의 행방은 산업은행 입출금 내용과 수표 확인 등을 통해 밝혀냈으나 사용내용을 제출하지 않은 나머지 2240억원은 용처가 불분명하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측은 2240억원에 대한 자료제출을 미루다가 1월28일에야 감사원에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국정원측은 “현대의 대북송금은 우리가 모르는 일이고 국정원이 편의를 제공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다”고 부인했다.

현대상선측은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이 2240억원의 북한 송금을 주도했다는 주장에 대해 “현재로선 그런 내용 자체를 확인하기 어려워 공식적인 의견을 낼 수가 없다”고 밝혔다. 현대상선 고위관계자는 “감사원에 4000억원 대출금에 대한 입출금 명세서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한 만큼 이에 대한 감사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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