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 '권한 늘리기' 경쟁 치열

  • 입력 2003년 1월 17일 18시 12분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부 부처의 권한 늘리기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대한 업무보고를 한 정부 부처 대부분이 첫 번째 보고 항목으로 권한 강화의 필요성을 내세웠다. 부처이기주의에 따른 경쟁이 심해지면서 정부 부처간의 갈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대표적인 힘 겨루기 사례는 총리실의 인수위에 대한 업무보고 내용 중 행정자치부로 이관된 총무처의 기능을 총리실로 옮기고 중앙인사위원회를 총리 직속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방안. 총리실의 보고 내용을 들은 행자부 간부들은 즉각 “말도 안 되는 발상”이라고 흥분했고 이미 인수위에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 집행 기능까지 달라고 요구했던 중앙인사위원회가 강하게 반발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의 재벌개혁 공약으로 정부 출범 직후부터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되는 공정거래위원회도 법무부와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지난해 도입하려다 법무부의 반발로 무산됐던 한시적인 사법경찰권 부여를 다시 추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부당내부거래 조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법경찰권이 필요하다고 인수위에 보고했다.

공정위는 또 현재 재정경제부 산하로 돼 있는 소비자보호원을 업무 성격상 공정위 산하로 이관해야 한다고 인수위에 보고했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검찰과 경찰의 갈등 역시 경찰은 자신의 권한을 확대하려고 하는 반면 검찰은 갖고 있던 권한을 뺏기지 않으려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각종 위원회 또한 권한과 업무를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는 인수위에 “민원처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인사권 확보가 필요한 데 위원장이 비상임이어서 인사권 행사가 불가능하다”며 위원장의 상임화와 독립적인 인사권을 요청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업무의 중복을 막고 보다 효과적으로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권위 내에 차별시정위원회를 설치하고 인권위가 그 시행을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인수위에 설명했다.

한편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정부 부처의 한 고위간부는 “부처이기주의도 작용하고 있지만 새 정부 출범 후 민관합동 조직진단위원회를 설치해 정부조직을 점검한 뒤 조직개편을 하겠다는 인수위의 방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며 “조직 진단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우선 조직의 덩치를 키워놓고 보자는 목적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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