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 본격 시동?…한화갑 대표 "거론할때 됐다" 공개주장

  • 입력 2003년 1월 13일 18시 57분


《한나라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내각제 개헌론에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가 13일 “내각제 문제를 거론할 때가 됐다”며 공개적으로 화답하고 나서 내각제 개헌 문제가 예상보다 빨리 공론화될 조짐이다. 한 대표는 평화방송에 출연해 “야당이 주장하는 내각책임제나 우리가 주장하는 중대선거구제를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논의해) 결론을 도출해 볼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여야 합의만 되면 둘 다 받겠다는 것이냐’는 물음에 “그렇다. 둘 중 하나가 되는 것이 안 되는 것보다는 낫다”고 답했다. 양당 협상 과정에서 중대선거구제와 내각제 개헌을 한 묶음으로 처리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한 대표의 이 발언은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총무가 3일 내각제 개헌 발언을 하고 대구 경북(PK)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지 서명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한층 인화성이 강하다.

이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개헌 논의 시작과 완료를 2006년에 하겠다고 밝힌 점에 비추어 상당히 빨리 돌출한 흐름이어서 상황에 따라서는 내각제 논의가 새해 정치권의 최대 이슈로 부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대표의 발언이 전해지자 정치권에서는 즉각 반응이 이어졌다.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은 “5년 동안 오로지 대선 승리만을 위해 대결하고 국론이 분열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젠 권력을 분점할 때가 됐다”고 지지 입장을 밝혔다. 5선인 조순형(趙舜衡) 의원도 “당내에 내각제 개헌을 바라는 의원이 적지 않다”면서 “한 번 해볼 만한 권력구조다”라며 동조했다.

내각제론자인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도 환영했다. 유운영(柳云永) 대변인은 “내각제 개헌을 공론화할 시점이 됐음이 확인된 만큼 조속히 실현되기를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개헌 논의가 당장 본격화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우선 여권에서 노무현 정부가 갓 출범하는 시점에 이 문제로 정국이 요동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상수 총장이나 조순형 의원이 내각제 동조 입장을 밝히면서도 “아직은 때가 아니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덧붙인 것도 이 때문이다.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당·정치개혁특위 위원장도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한 대표도 이 문제가 불붙을 조짐을 보이자 “국회 정개특위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원칙을 얘기한 것이지 내각제를 먼저 추진한다는 취지가 아니다”고 진화에 나섰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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