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왜 리처드슨 美주지사와 접촉했나

  • 입력 2003년 1월 10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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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렬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가 9일 저녁 샌타페이에서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와 회담을 마친 뒤 주지사 관저를 떠나고 있다. -샌타페이〓로이터 뉴시스
한성렬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가 9일 저녁 샌타페이에서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와 회담을 마친 뒤 주지사 관저를 떠나고 있다. -샌타페이〓로이터 뉴시스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주 주지사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북한 이라크 등 미 정부가 껄끄럽게 생각하는 국가들과의 협상을 도맡았던 협상 전문가. 특히 북한과는 개인적으로 두터운 신뢰관계를 유지했었다. 90년대 중반 이후 의회에서 대북(對北) 식량지원을 주도했고 평양도 여러 차례 방문했다.

북-미 제네바기본합의 직후인 94년 12월 하원의원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그는 때마침 주한미군의 헬기가 북한측 비무장 지역에 불시착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평양에서 북한 당국과 교섭을 벌여 생존 조종사 보비 홀 준위를 판문점을 통해 데리고 나오기도 했다.

96년 11월에도 간첩 혐의로 북한에 3개월간 억류돼 있던 한국계 혼혈 미국인 에번 헌지커를 석방시키기 위해 방북했다. 95년 6월과 96년 5월에도 방북해 미군 유해발굴을 주선하고 4자 회담의 취지를 북측에 설명하기도 했다.

따라서 북한이 최근 핵문제를 놓고 미국과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태에서 공식채널을 제쳐두고 그와의 면담을 요청한 것은 그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자신들의 의도를 충실히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거나, 북-미 관계의 돌파구 마련을 위한 조언을 해줄 것을 기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과거 이라크와 보스니아에 억류돼 있는 미국인의 석방 교섭에서도 수완을 발휘한 바 있다. 95년부터 2001년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다.

▽리처드슨 약력 △55세 △프레처 법대 석사(71년) △하원의원(82∼96년) △유엔주재 대사(97∼98년) △에너지부 장관(98∼2001년) △뉴멕시코주 주지사(2003년 1월)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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