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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월 10일 16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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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NPT 탈퇴와 폐연료봉 재처리를 북한이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Red Line)으로 생각했기에 갑작스런 NPT 탈퇴 선언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 핵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전을 보류했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군사행동을 않겠다고 재차 강조하는 등 국제사회가 대화를 위한 모멘텀을 만들어가는 상황이라 더욱 아쉬움이 크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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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동결 해제 선언 이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설치한 봉인을 뜯어내고 사찰관을 추방하는 등 점진적으로 위험수위를 높여온 북한이 드디어 NPT 탈퇴마저 선언함에 따라 북한의 핵활동을 감시하고 견제할 법적 장치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윤덕민(尹德民)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NPT 탈퇴로 인해 앞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북한의 선의(善意)에 달려 있게 됐다"며 "북한의 극단적인 행동은 북한의 대외 이미지를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평화적 해결을 원하는 한국 중국 러시아 등의 국제적 입지를 약화시켜 결국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북한의 NPT 탈퇴 선언은 분명히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위험한 행동이기는 하나 북한이 먼저 핵포기를 선언하지 않는 한 대화하지 않으려는 미국을 압박, 협상테이블에 끌어앉히려는 전략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성명에서 '핵무기전파방지조약에서 탈퇴하지만 핵무기를 만들 의사는 없으며, 현 단계에서 우리의 핵활동은 오직 전력생산을 비롯한 평화적 목적에 국한될 것'이라고 밝혀, NPT 탈퇴가 곧 핵무기 제조가 아님을 애써 강조했다. 아울러 적대정책 포기라는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핵무기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북미간 별도 검증을 통해 증명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이날 성명에서 핵무기를 만들 의사가 없고 이를 북미간 별도 검증으로 증명해 보일 수도 있다는 진전된 의사를 밝혔다"며 "북한은 위기를 의도적으로 고조시키는 방법으로 미국과의 협상을 서둘러 시작하려는 것 같다"고 다소 조심스럽게 해석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북한의 갑작스런 NPT 탈퇴 시기와 관련, "미국이 이라크전에 본격적으로 개입되기 전에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문제를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압박을 가하기에 적기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유석렬(柳錫烈)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93,94년 북한이 구사한 벼랑끝 외교와는 다른 일종의 협상카드로 보인다"며 "북한은 앞으로 있을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고 궁극적으로 제2의 제네바합의를 만들어가기 위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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