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당선자 "선거구제 바꿔 지역주의 깨겠다"

  • 입력 2002년 12월 26일 18시 36분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26일 경기 양평군 한화리조트에서 열린 민주당 중앙선대위 당직자 수련회에 참석,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양평〓국회사진기자단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26일 경기 양평군 한화리조트에서 열린 민주당 중앙선대위 당직자 수련회에 참석,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양평〓국회사진기자단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의 26일 ‘양평 발언’은 작심한 것이었다.

노 당선자는 이날 경기 양평 한화리조트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당직자 연수회 격려사에서 50여분간 ‘청탁문화 근절’ ‘지역구 의원 입각 배제’ ‘2006년 말까지 개헌’ 등 정치개혁 및 국정운영 방안을 거침없이 털어놓았다.

그는 사전에 자신의 인사말 시간을 ‘40분’ 정도로 길게 잡아줄 것을 미리 요청했고, 연설 내용도 비서진과 상의 없이 혼자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가망신’을 클라이맥스로 한 노 당선자의 연설이 끝나자 일부 의원과 당직자들은 “신문 1면 톱기사 열흘치를 한꺼번에 쏟아냈다”며 놀라는 표정이었다.

다음은 발언요지.

▽당정 관계〓나는 앞으로 평당원 자격으로 발언하겠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은 엄청난 파장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절제하겠다. 그러나 당이 잘못된 길로 가는 등 최고의 비상 사태에는 의견을 개진하겠다.

▽인사 및 청탁 문화 근절〓인사는 제도화하겠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정교하게, 실질적으로 제도화하겠다. 인사 원칙은 적재적소(適材適所)가 1원칙이고, 인사 대상 재목들 간에 지역, 여성 등 여러 요소를 감안해 안배할 것이다. 앞으로 각종 청탁이 남발할 것이다. 청탁을 받으면 “당신 그러다 걸리면 반드시 손해볼 것이다”고 분명히 경고해달라.

▽측근 기용 문제〓선거에 참여하고 열심히 했던 사람들이 그 정부의 정책과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위치에 가서 일하는 것이 원칙이다. 실무 당직자는 최대한 기용하려고 한다. 내 가신으로 두세 사람 있다. 자동차 관리해주고 개인적 일도 봐준 사람들이 있다. 지금까지 오랫동안 나를 보좌해 온 참모는 계속 쓰겠다. 꼭 쓰고 싶다. 가급적 수를 줄이고, 요직도 피하고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쓰겠다. 그 사람들이 ‘일’을 저지르지 않도록 충분히 검증하고 책임은 모두 내게 돌아온다는 자세로 쓰겠다.

▽친인척 관리〓취임하면 확실한 감시 시스템을 만들겠다. 여기에 줄대다 걸리면 철저히 조사하겠다. 줄대면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게 하겠다. 내 청렴성을 돋보이게 하겠다는 과시가 아니고 연고·조직·정실문화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정치 개혁과 선거 문화〓지역 구조를 극복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반드시 중대선거구제가 아니라도 좋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치권에 정식으로 협상을 제안할 생각이다. 2004년 총선 결과에 따라 대통령의 권한을 절반으로 줄이겠다.

정치 자금은 그동안 시민단체가 계속 묶기만 했다. 그러나 정치인들을 좀 풀어주는 길을 만들어놓고 그 다음에 제약을 가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인수위로부터 국정1기(2004년 총선까지) 운영〓기조는 개혁 대통령과 안정 내각이다. 지금 상황은 여소야대이기 때문에 당내 의원들의 입각을 최소화할 것이다. 인간적으로 대단히 미안하다. 하지만 국정1기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능력 있는 분들은 당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국정2기 운영〓그 이후는 지역구도가 극복된다고 보고 분권형 대통령제 내지는 내각제에 준하는 운영을 하려고 한다. 나는 찬성하지 않았지만 정치인들이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것을 의제로 해서 국민의 동의를 받고 깊은 인상을 심어준 측면이 있다.

양평〓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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