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영변核 봉인 일방 제거…美 "원자로 재가동 말라"

  • 입력 2002년 12월 22일 18시 09분


북한이 ‘핵개발 재개’를 선언한 지 9일 만인 21일 평안도 영변의 5㎿ 원자로에 설치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장비를 ‘사용불능’ 상태로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일본 등은 이 같은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일제히 핵시설 재가동 중단을 촉구하는 등 큰 우려를 나타냈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은 이날(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이 5㎿ 원자로 1곳에서 IAEA 봉인의 대부분을 절단하고 감시 카메라의 기능을 무력화시켰다”고 발표했다.

엘바라데이 총장은 IAEA는 북한의 이번 조치에 대해 ‘깊은 유감(Deep Regret)’을 표시한다고 했으며 핵 프로그램을 재개하는 더 이상의 조치를 취하지 말라고 촉구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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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북한은 IAEA의 거듭된 호소에도 불구하고 원자로 감시장비의 작동을 방해함으로써 (북한이) 동결된 원자로를 재가동할 때 이를 감시할 수 없게 했다”고 비난했다.

IAEA는 이에 따라 이재선 북한 원자력 총국장에게 긴급서한을 보내 “IAEA 사찰단원들이 필요한 봉쇄 및 감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즉각 허용하는 한편 안전조치가 취해지기 전에 원자로를 가동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마크 고보즈데키 IAEA 대변인은 “북한은 1994년 제네바 합의시 IAEA 사찰단에 무기로 전용할 수 있는 플루토늄 100g가량만을 공개했다”며 “북한이 이후 플루토늄을 상당량 추출했는지를 알려면 추가 사찰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는 IAEA 성명과 관련, 즉각 “원자로를 재가동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루 핀터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CNN방송과 가진 회견에서 “북한이 그 같은 조치를 강행한다면 그것은 국제사회의 합의에 정면으로 반발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은 아직 북한이 한 조치가 정확히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재처리 공장에 설치하거나 물 속에 보관한 8000개의 사용 후 핵연료봉의 봉인과 감시카메라를 손상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일본도 22일 “북한의 조치는 유감스러운 일이며 재가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외무성 대변인은 “국제합의에 어긋나는 우려할 만한 일로서 평양당국은 평화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정부 "즉각 원상회복 하라"▼

정부는 22일 영변의 5㎿ 원자로 감시장치를 즉각 원상회복시키라고 북한에 강력하게 촉구하는 한편 미국 일본과 국제공조에 착수했다.

최성홍(崔成泓)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전화를 걸어온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일본 외상과 연쇄 전화협의를 갖고 국제사회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북한 핵문제를 풀어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정부는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한미일 공조 및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EU)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긴밀한 협조를 취할 것”이라고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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