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TV토론 이렇게 한다…3일 오후8시 방송3사 중계

  • 입력 2002년 12월 2일 18시 26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대통령후보는 3일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열리는 첫 합동 TV토론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TV토론이 후보 비교평가에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아직 표심을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각 후보는 TV토론을 통해 자신의 국정운영 능력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는 이번 토론이 자신의 장점인 경륜과 국정운영 능력을 유권자들에게 알릴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후보는 부산유세를 마친 뒤 2일 오전 서울로 돌아와 대부분의 일정을 토론자료 최종 검토 및 답변 연습으로 보냈다.

한나라당 토론준비팀은 이번 토론회를 ‘시간과의 싸움’으로 보고 있다. 사회자 질문, 세 후보간의 1 대 1 토론, 1 대 2 토론이 답변-반론-재반론으로 이어지면서 1인당 1분 또는 1분30초 이내에 답변해야 하는 등 토론 규칙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

실무팀 관계자는 “이 후보가 정치입문 이후 정책이슈의 핵심과 세부사항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만큼 짧은 시간에 정책우위와 경륜을 부각시킬 수 있는 답변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일요일인 2일 오전 대역(代役)을 만들어 ‘실제 상황’ 연습을 마쳤다.

이재오(李在五) 의원이 민주당 노무현 후보역을, 김문수(金文洙) 의원이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역을 맡아 ‘날카로운 질문’을 주고받았다는 후문이다.

이 후보는 ‘큰형님’다운 안정감을 잃지 않는다는 전략도 갖고 있다.

노-정 단일화 토론회 때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후보가 토론회를 주도했지만, 공격 일변도로 나섰다가 지지도를 높이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상대적으로 정치 지향점이 유사한 노, 권 후보가 협공을 펴더라도 맞대응하지 않겠다는 원칙도 세웠다.

이 후보는 토론 당일인 3일도 휴식을 취하며 토론을 준비할 계획이다. 한 관계자는 “충분한 휴식을 통해 유세에 지친 피로를 말끔히 푼 뒤 여유 있는 답변으로 경륜을 100% 드러내겠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민주당 노무현 후보▼

“노무현 후보의 모든 시계는 3일 오후 8시에 맞춰져 있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첫 TV 합동토론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이렇게 전했다.

노 후보는 “TV 토론이 이번 대선의 승부를 가른다”는 생각으로, 며칠 전부터 온 신경을 TV 토론 준비에 쏟고 있다.

지난달 28일 수도권 지하철 유세를 강행군한 노 후보가 “이처럼 초췌한 모습으로 TV 토론에 나가서야 되겠느냐”며 이례적으로 참모진에게 짜증을 내며 일정 조정을 지시한 것도 그가 TV 토론에 쏟는 관심을 보여준다.

노 후보측의 기본전략은 ‘국민의 직접평가를 받을 수 있는 TV 토론을 통해 노 후보가 국정운영능력을 갖춘, 안정감 있는 지도자라는 점을 확인시킨다’는 것이다.

동시에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겨냥한 ‘낡은 정치 대 새 정치’의 대립구도도 분명히 드러낼 계획이라고 김한길 미디어특별본부장이 전했다.

김 본부장은 “지난달 22일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와 ‘후보단일화 TV 토론’ 때는 안정감을 보여주기 위해 극도로 자제하는 ‘큰형님 전략’을 썼지만, 이번 토론에서는 국민이 비교 검증할 수 있도록 (이 후보에게도) 할 말은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후보측은 또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공세에 대해서는 ‘국정운영의 적임자는 보수적 이 후보나 진보적 권 후보가 아닌 노무현’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전략을 쓰겠다고 말했다.

한 예로 최근 반미시위로 번지고 있는 ‘미군 장갑차 여중생 치사사건’에 대해 ‘한미간 전통적 동맹관계를 존중하지만 두 여중생의 죽음을 헛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답안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민노당 권영길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후보는 TV합동토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대비되는 정책 차별성을 확실히 부각시켜 두 자릿수 지지율에 도전한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권 후보는 2, 3일 토론 준비에만 몰두했다.

참모들이 이, 노 후보 역할을 맡아 실전과 똑같은 리허설을 한 데 이어 두 가상 후보를 상대로 공격과 방어 논리를 집중적으로 가다듬었다.

민노당은 코디네이터와 분장사, 전직 방송국 PD, 작가, 정책전문가 등 20여명으로 토론 전담팀을 구성했다.

이상현(李尙炫) 미디어대책위원장은 2일 “이 후보의 수구 회귀적 행태와 노 후보의 보수화 경향을 동시에 비판하면서 진보정당의 공약을 이해시키는데 주력하겠다”며 “잘 하면 두 자릿수 지지율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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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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